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세상은 우리에게 ‘창의성’, ‘개성’, ‘나만의 장점’을 기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너는 뭘 잘하니?”라고 물으면 “음… 잘 모르겠어요”,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라며 머뭇거리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정말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대개 “저는 이걸 잘해요!”라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눌려 입을 꾹 다뭅니다. 괜히 내 생각을 말했다가 남들과 다르다는 게 들통나면 그대로 끝입니다. 나는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아닐 수도 있다는 약간의 가능성조차 두려워합니다. 용기 있게 말했는데 평가당하면 어떡하지? 한국에서는 남들 눈치를 보느라 자신에 관한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합니다. <38쪽>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 의식이 확고하지 않으면 자유는 오히려 내 마음을 구속하고 불안을 자아냅니다. 학교 친구들은 밤늦게까지 야자도 하고 학원도 엄청 많이 다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들의 반절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엄청나게 뒤처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학교에 다녔다면 조금 더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 번 시작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 자신에 대한 불신입니다. 학교 밖에는 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평균도, 지금 내가 하는 공부량이 충분한지 파악할 시험도 없어 사소한 의심의 씨앗을 키우고 스스로 땅굴을 파고 내려갈 여지가 많습니다.
그럴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역시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입니다. 저는 처음에 학교를 나온 만큼 더 빠르게 성과를 내서 세상에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주변 자퇴생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혼자 고립되지 말고 여러 소셜 활동을 통해 학교 밖 친구들을 찾아 나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121~122쪽>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니 보입니다. 몇 년 빠른 것도, 느린 것도 인생이란 긴 레이스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요. 어떤 이유로 학교 밖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면 됩니다. <266쪽>
[정리=김혜경 기자]
『나는 내가 될게 너는 네가 되어 줘』
김하은 지음 | 길벗 펴냄 | 268쪽 | 17,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