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멍때리기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2023년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는 배우 정성인이, 2016년에는 가수 크러쉬가 1등을 차지했습니다.
참가할 70팀을 뽑기 위해 신청을 받은 결과, 총 3,160팀이 응모해 무려 4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바쁜 것이 미덕이라 여겨지는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휴식을 원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런데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일까요? 화려한 해외여행, 럭셔리 호캉스, 짜릿한 액티비티, 힐링 스파 프로그램… 따로 시간 내고 많은 돈을 들여 일상을 떠나야만 휴식일까요? 오히려 투자한 돈과 시간만큼 즐겁고 알차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되지는 않을까요?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에서 저자 울리히 슈나벨은 휴식의 두 가지 핵심 조건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첫째,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라!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라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둘째, 포기하라! 지금이라는 유일한 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저자가 말하는 ‘자기만의 시간’은 나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혼연일치하는 순간입니다. 혹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며, 또 다른 이는 긴장감 넘치는 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이 기쁨을 맛봅니다. 누군가에겐 음악 감상, 수영, 독서, 산책 등이 될 수도 있겠지요.
다음은 ‘포기’입니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현대인은 더 많은 것을 더 빠르게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주변에선 더 많은 상품과 선택지를 가지면 행복할 수 있다고 세뇌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얻은 것을 두고 기뻐하기보다는 놓친 것을 아쉬워합니다. 덜 누리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현명한 포기는 분명 현재를 온전하게 맛보게 해줄 테니까요.
진정한 휴식을 만끽하기 위해 우선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텐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미시간 대학교의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피터슨은 얼핏 보기에는 기괴하지만 아주 효과 좋은 전략을 추천합니다. “당신 자신의 추모사를 쓰시오!”
당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가족과 친구와 지인은 당신을 어떻게 추억할까요? 피터슨은 자기 인생 목표를 명확히 해두는 데에는 끝에서부터 생각해 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하다 보면 삶의 우선순위를 고민하고 인생의 항로를 탐색할 수 있을 거예요. 목표를 이뤄내는 방법에 대한 물음도 자연스레 따라오겠죠.
숨 가쁜 레이스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찾길 원하시나요? 천천히 자신의 추모사를 써보세요. 멀리 그리고 넓게 보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이미 휴식의 일부니까요.
자료 출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울리히 슈나벨 지음 | 김희상 옮김 | 가나출판사 펴냄)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