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언론’이 ‘언론’답기 위해서는
[발행인 칼럼] ‘언론’이 ‘언론’답기 위해서는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3.07.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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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최근 부산에서 20대 여성이 과외 중개 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 사건’과 관련한 보도에서 일부 언론들이 피의자를 ‘사이코패스에 은둔형 외톨이였다’고 단정해 ‘기레기’라는 거센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지난달 1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해당 사건을 심층 취재해 방송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 범죄학자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정황 분석 결과 정유정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는 달리 선천적 성향인 사이코패스로 보기 어렵고, 은둔형 외톨이의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섣불리 규정하기 어려운 범죄를 ‘사이코패스의 소행’으로 단정해 버리는 것은 건설적인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레기’란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멸칭이다. 진실을 보도해야 할 언론이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기사를 베껴 쓴다거나, 편향된 기사를 생산해 대중의 눈을 오히려 흐리게 할 때 이러한 비난을 사기 마련이다. 언론 불신은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8%로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꼴찌였다. 이 수치는 몇 년째 세계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장수 언론 매체를 이끌어 가는 한 사람으로서 언론에 대한 불신을 피부로 느낄 때마다 입맛이 쓰다. 물론 언론사에서 범죄를 포함한 각종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부서인 사회부와 독서신문의 주요 부서인 문화‧출판부는 보도 성격이 크게 다르다. 자극적인 헤드라인 뽑아내기에 급급한 일부 언론과 독서신문을 비교하며 추켜세우는 독자들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과연 이 어지러운 시대에 언론이 해 주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한층 부끄러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어떤 주제를 다루는 매체든 간에 지켜야 할 언론의 보편적인 가치는 동일하다. 기자 출신 언론학자인 손석춘 건국대 교수는 책 『미디어 리터러시의 혁명』에서 국제적으로 언론학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언론의 바람직한 가치, 언론의 철학으로 ‘진실과 공정, 권력 감시’를 꼽는다.

이중에서도 ‘진실’은 뉴스의 본질이자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언론의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유튜브가 넘쳐나는 시대에 사실 확인은 더 주목받아 마땅한 윤리다. 하지만 언론의 생명은 사실 확인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에서 더 나아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실과 진실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사실은 말 그대로 사실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주의하지 않으면 진실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정유정 사건’에서 기자들이 사용한 ‘사이코패스’나 ‘은둔형 외톨이’라는 단어는 경찰과 다른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전문가의 의견을 다른 전문가가 반박하고 있는 상황. 이처럼 사건을 둘러싼 ‘사실’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진실’이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미국의 언론학자 월터 리프만의 정의를 빌려 사실과 진실의 관계를 간명하게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진실은 숨어 있는 사실을 규명하는 것, 그 사실들의 연관성을 드러내 주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그에 근거해서 행동할 수 있는 현실의 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터넷 혁명으로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작은 언론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다. 그만큼 기성 언론에 요구되는 책임감은 더욱 막중하다.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진실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 언론은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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