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책 축제인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어제(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36개국 530개(국내 360개, 해외 170개) 참가사가 전시, 강연, 세미나, 이벤트 등 17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작가 및 연사도 국내 190여명, 해외 25명에 달한다.
오프라인 행사를 위축되게 했던 팬데믹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번 도서전은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대한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첫날 오픈 전부터 입장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며 현장은 수많은 관람객으로 구역을 가릴 것 없이 종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출판사들도 오랜만에 열리는 대규모 대면 행사에 만반의 준비를 한 듯했다. 우선 예년과 비교해 참여형 이벤트가 늘어난 점이 눈에 띄었다. 소소한 상품이 걸린 뽑기나 룰렛부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 부스, 빨간 펜으로 원고의 오탈자를 찾아 보는 일일 편집자 체험까지.
또한 단순히 펴낸 책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각 출판사만의 개성과 특색을 일종의 팝업 스토어처럼 선보이는 ‘색깔 있는’ 부스가 많았다. 힐링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로 대박을 터뜨린 출판사 클레이하우스는 부스 자체를 ‘휴남동 서점’ 콘셉트로 꾸몄다.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책읽는곰은 동화책이 종류별로 진열된 ‘편의점’ 콘셉트를 내세웠다. 지난해 편집자들이 직접 애정 담긴 책 소개를 들려주며 독자들과 소통해 주목받았던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 안전가옥은 올해 미국의 컬러풀한 사탕 가게를 재현해 흥겨운 분위기를 더했다.
현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리커버(표지 갈이) 도서들도 있었다. 이번 도서전을 기념하는 공식 리커버 도서인 ‘다시, 이 책’ 10종 외에도 많은 출판사에서 일종의 이벤트 개념으로 리커버 도서를 준비했다. 6년 만에 도서전에 참여했다는 남해의봄날 출판사 관계자는 “경남 통영에서 서울까지 올라오기가 사실 쉽지는 않다. 올해는 특별히 출판사의 지난 10년 역사를 정리해 소개한다는 의미로 대표적인 책 8권을 골라 리커버 도서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인간중심주의를 탈피해 동물, 로봇, 환경 등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모색하자는 취지의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다. 이날은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인류가 사라진 후, 지구를 공유하던 동물들의 미래’라는 흥미로운 관점으로 관련 세미나의 포문을 열었다. 해당 주제를 다룬 600권 규모의 책 큐레이션 전시와 ‘기후미식’을 주제로 비건‧친환경 브랜드 등을 소개하는 코너도 관심을 모았다.
이 밖에도 국내와 아시아 5개국(태국, 싱가포르, 일본, 중국, 대만) 독립출판물과 아트북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책마을’ 코너, 최근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붐을 일으킨 ‘슬램덩크’ 특별 부스, 생소한 아랍 문화를 책과 전시, 체험, 공연 등을 통해 다채롭게 소개하는 샤르자 주빈국관 등이 이목을 끌었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는 18일까지 닷새간 진행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