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은 정말 기후 위기의 주범인가
종이책은 정말 기후 위기의 주범인가
  • 장서진 기자
  • 승인 2023.06.14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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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는 이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이야기다. 지구 평균 온도가 점차 상승하는 가운데, 그린란드와 북극의 빙하는 붕괴했고 산호초는 사멸했으며 해수면 상승으로 섬 또한 하나둘씩 사라졌다. 더하여 지구의 평균기온이 1℃ 상승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평균 1,000년에서 100년으로 짧아졌다. 사계절 온화한 우리나라 기후도 이제 여름과 겨울만 느껴진다. 기온이 1.5℃, 2℃만 더 올라도 전 세계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거라 예측되면서, 세계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후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121개 국가가 가입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 ‘탄소중립 2050’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2050년까지 개인·회사·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배출량은 줄이고 상대적으로 흡수량은 늘려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방안이다. 세계 각국이 공식적으로 기후 위기를 막는다고 선언하면서 개인들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개인 텀블러 사용, 대중교통 이용, 재활용과 분리배출의 생활화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나가는데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업계가 기후 위기의 주범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그곳은 바로 ‘출판계’. 종이책의 생산과 소비가 온실가스 배출의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기후 위기의 주범 중 하나라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과연 종이책이 정말 환경에 해로울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 8일,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탄소 제로와 종이책의 미래’ 포럼을 열었다.

지난 8일 열린 ‘탄소 제로와 종이책의 미래’ 포럼에서 최원형 환경생태 작가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유튜브 캡처]

포럼은 기후 위기 시대에 출판계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점검하고, 친환경적인 출판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였다. 포럼에서 첫 번째 발표를 맡게 된 최원형 환경생태 작가는 종이책은 다른 사업에 비해 환경파괴 요소가 적다고 주장했다. 플라스틱과 비닐이 종이로 대체되는 현재, 종이 자원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종이는 재활용성이 우수한 자원으로서 수거되는 폐지의 96%가 재활용된다. 대한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이미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의 75%는 재활용된 것이라 한다.

그렇다고 종이책이 환경적으로 아예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최원형 작가는 제지 산업은 거대 장치산업이며, 출판 과정에서 VOC(휘발성유기화합물)나 IPA(이소프로필알콜) 같은 폐기물이 생성된다고 전했다. 이에 최 작가는 나무에서 펄프를 만드는 과정부터 종이를 폐기하는 과정까지 친환경적 출판인 ‘에코 퍼블리싱’에 주목했다. FSC 인증 종이로 만들어져 콩기름 잉크나 무알콜 잉크로 사용한 출판물, 띠지와 이중 커버를 하지 않고 표지를 코팅하지 않은 출판물, 플라스틱 굿즈를 주지 않으며 배송 시 비닐봉지와 비닐 충전재를 사용하지 않는 출판물,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것이 ‘에코 퍼블리싱’이다. ‘에코 퍼블리싱’이 정착한다면, 종이책의 환경파괴 논란은 완벽히 사그라들 수 있다.

다만 많은 출판사들은 비용 문제를 내세우며 FSC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하규 에디시옹 장물랭 출판사 대표는 실제 한국 출판계에서 ‘에코 퍼블리싱’을 위한 출판 과정과 가격에 관해 설명하면서 “VOC를 생산하는 기존의 잉크 대신 콩기름 잉크와 무용제 잉크를 사용하면 VOC의 사용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콩기름은 기존 잉크와 가격 차이가 없으며 무용제도 겨우 10% 차이가 난다”고 전했다. 또한 “표지에 주로 사용되는 아르떼지와 랑데부지, 내지로 사용되는 모조지, 아트지, 스노우지 등 또한 FSC로 종이를 바꿔도 가격이 동일하며, 인쇄 방법도 무알콜 인쇄 등 여러 인쇄 방법을 통해 IPA를 사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큰 가격 손실 없이 과정을 조금씩만 바꿔도 폐기물 사용을 확연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열린 ‘탄소 제로와 종이책의 미래’ 포럼에서 이하규 에디시옹 장물랭 출판사 대표가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유튜브 캡처]

이 대표는 “산업계는 1970년대부터 친환경에 관심이 있었다. 친환경에 관심이 없던 곳은 출판계와 독자들이다”라고 언급하며 ‘에코 퍼블리싱’ 환경을 위한 노력도 당부했다.

결론적으로, 한국 출판계가 ‘에코 퍼블리싱’ 구조를 구축한다면, 종이책은 출판계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친환경적 매개물로 성장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종이책을 위해 진흥원과 출판계 그리고 우리 모두의 관심이 절실하다.

[독서신문 장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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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lo 2023-06-14 15:16:13
종이책 대신 e북을 이용한다고... 환경오염이 덜 되진 않을 것 같아요 종이책 소중해... 세상이 발전하는 이상 환경오염은 피할 수 없죠 그래도 노력은 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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