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가는 ‘K-북’, 2% 아쉬운 문체부 비전
미래로 가는 ‘K-북’, 2% 아쉬운 문체부 비전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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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K-북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북(Book)’은 ‘K-컬처(Culture)’의 근본을 넘어, 핵심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서울 송파책박물관에서 ‘K-북 비전 선포식’을 열고 향후 책 관련 정책의 바탕이 될 ‘K-북 비전’을 발표했다. 출판계, 문학계, 도서관계, 서점계, MZ세대 독자 등 책과 관련된 현장 종사자와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였다.

이날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장관 취임 후 현장 곳곳을 누비며 국민들이 글을 쓰고, 책을 발간하고, 다양한 책을 읽고 싶어 하는 강렬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에 부응하기 위해 정책 부서가 원팀(One Team)이 되어 보다 촘촘하고, 짜임새 있게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K-컬처의 바탕은 책, 세계독자와 함께 도약하는 K-북’이라는 비전 아래 출판‧독서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우리 책이 세계 3대 문학상(노벨문학상, 공쿠르상, 부커상)을 수상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한 4대 전략과 10대 추진과제가 발표됐다.

먼저, 4대 전략은 알파벳 ‘F’를 키워드로 ▲미래(Future)에도 지속 가능한 책 ▲콘텐츠 수출의 새로운 선두주자(First runner)로서의 책 ▲지역·사회환경·장애와 무관하게(barrier-Free) 모두가 누리는 책 ▲공정한(Fair) 창작 생태계를 토대로 만들어진 책을 말한다.

10대 추진과제에는 ▲1인‧중소 출판사, 전자출판, 지역서점 지원 강화 ▲웹소설 등 신성장 분야 인력 양성과 산업 통계 구축 ▲출판 IP 수출, 번역 지원 확대 ▲도서관, 지역문학관 신규 건립‧리모델링과 문화랜드마크화 ▲국립도서관 온‧오프라인 접근성 강화 ▲장애인 전자책 접근성 강화 ▲신진 창작자 권리 보호 및 창작 공간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제작-산업-향유-지속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 과제가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게 두루 담긴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저작권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도 담겼다. 분야별 표준계약서 정비 및 웹소설 분야 표준계약서를 신설하고, 특히 만화(웹툰) 분야에서는 기존 표준계약서 6종 전면 개정과 신규 제정을 추진한다.

다만 아쉬운 점도 보인다. 먼저, ‘장애와 무관하게(barrier-Free) 모두가 누리는 책’을 지향한다면서도 공공도서관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 방안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문체부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그나마 관련된 언급은 ‘국립도서관 온‧오프라인 접근성 강화’ 정도인데 이는 장애인 접근성이 포함된 것인지 모호하고, 국립도서관은 전국 4곳에 불과하다.

10대 추진과제에 포함된 전자책 접근성 강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할 공공도서관의 접근성 개선은 시급한 문제다. 지난 4월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의 장애인 이용 편리성은 100점 만점 기준 57.5점에 불과했다.

현재 문체부가 출판계와 ‘부실 운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세종도서 사업의 향방도 의문이다. 매년 교양‧학술 부문 우수 도서를 구매해 전국 도서관에 배포해 온 ‘세종도서’는 출판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원사업(올해 예산 84억원)으로, 일반 판매가 저조한 분야의 양서 출간에 최후의 보루 같은 역할을 해 왔다. 문체부는 지난달 21일 해당 사업의 핵심인 도서 선정 심사 과정에서의 투명성 부족과 방만‧부실 운영 등을 지적하며 전면 개편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에 출판계에서는 예산 삭감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공연한 꼬투리 잡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지난달 23일 “세종도서 사업이 부실 운영되고 있다면, 그 상황을 만든 데에는 문체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라며 맞섰다. 현재 세종도서 사업은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주관하며, 운영 전반에 대한 심의‧의결 기구인 운영위원회 또한 진흥원에 속해 있다. 지금의 운영 체계와 심사 방식 등은 문체부가 2018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의 민간 위탁 권고와 출판계의 요구를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구축한 구조라는 것이 출협의 주장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도 SNS를 통해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가) ‘도서 구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출판 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하니 곧 ‘세종도서’ 제도를 없앨 생각인 것 같다”고 썼다. 신정민 한국출판인회의 정책위원장은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지난 한 해에만 종잇값이 70% 넘게 올랐다.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세종도서 지원금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문체부가 출판지원금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세종도서 선정 심사 체계 개편을 구실로 출판계를 궁지에 빠뜨리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7일 배포한 자료에서 이와 관련해 “일부 운영상 문제점을 보완‧개선하여 추진하고, 향후 세종도서 사업의 운영 방향 등 근본적 개선에 대해서는 출판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계속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일단 진화에 나섰지만, 사안에 관한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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