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반려견이 ‘물건’? 시대에 뒤떨어진 우리 법
가족 같은 반려견이 ‘물건’? 시대에 뒤떨어진 우리 법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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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동물권행동 카라를 비롯한 전국 15개 동물보호단체가 국회 앞에서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시대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며 반려동물을 또 다른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각종 반려동물 산업도 계속해서 성장세다. 그러나 정작 법은 국민 정서를 못 따라오는 모양새다.

최근 소위 ‘개 도살 금지법(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등 관련 법 논의가 활발해지는 추세지만, 민법상 동물은 ‘물건’에 속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법적 지위는 무생물인 동물 인형과 동등한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94.3%가 동물과 물건의 법적 지위를 구분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법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1년 법무부가 민법 제98조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등의 내용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1년 7개월째 국회 계류 중이다. 동물권 단체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에 5월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 이후 공개한 입장문에 따르면, 여‧야는 4월 내에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특검법 중심의 임시회가 이어지면서 심사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국민 대부분에겐 당연한 상식으로 여겨지는 간단한 문장을 법전에 추가하기 위한 노력이 무려 3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상황. 법 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1년 김판기‧홍진희 충북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 「동물의 비물건화를 위한 민법 개정 논의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서는 “반려동물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다양한 법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법적 시각에서부터 시작되게 된다. 즉,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동물의 생산부터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접근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달 27일 동물권행동 카라를 비롯한 전국 15개 동물보호단체가 국회 앞에서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접근 방법의 변화란 다음과 같다. 번식견 농장, 펫숍과 같은 동물 생산‧판매업은 사라지고, 번식과 입양은 전문 브리더와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이전까지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제대로 돌보지 않은 사람에게서 동물의 소유권을 박탈할 수 없었지만, 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본다면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으며 단순 재물 손괴 이상의 범죄로 처벌이 가능해진다. 또한 동물 소유자 간 이혼 등이 발생할 경우 양육권, 면접교섭권 등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번 법 개정으로 이 모든 변화가 곧바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각종 사안에 대한 개별 법령의 개정이 뒤따라야 하지만, 결국 법적 지위가 ‘물건’이냐 ‘생명’이냐에 따라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입장문에서, “점점 잔혹해지는 동물 학대에 대한 미약한 처벌은 근본적으로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법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며, “‘동물의 비물건화’ 명문화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야생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등 모든 동물을 존엄한 생명으로 인식하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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