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 ‘꿈꾸는인생’ 홍지애 대표 “‘책 읽는 것’보다는 ‘책 만드는 일’이 좋아요”
1인 출판사 ‘꿈꾸는인생’ 홍지애 대표 “‘책 읽는 것’보다는 ‘책 만드는 일’이 좋아요”
  • 장서진 기자
  • 승인 2023.05.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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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경선 PD]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전국 출판사 수는 71,319개라고 한다. 2023년인 현재 그 수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출판사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1인 출판사와도 관련이 있는데, 혼자 힘으로 얼마든지 책을 출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출판사 수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원하는 책을 직접 출간하는 것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환상과 현실 사이에 간극은 늘 존재하는 법. 기획부터 시작해 작가 섭외, 편집, 마케팅, 서점 미팅 등 보통의 출판사라면 몇 명이 분업할 일을 대표 홀로 감당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남들의 배가 되는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다. 또한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와 자본도 늘 걸림돌.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에 따른 피해와 혼란을 대비하기도 쉽지 않다. 배본사에 불이 나 출간하기로 한 책이 모두 불타거나, 작은 실수로 전체 책 물량을 다시 찍어야 하는 경우도 오롯이 1인의 몫이다.

이 모든 상황을 5년간 홀로 경험한 사람, 출판사 ‘꿈꾸는인생’의 홍지애 대표를 만났다. 책을 만들고 싶어서 1인 출판사를 차렸지만, 상상과는 너무 다른 현실에 수없이 좌절했던 그녀. 그러나 동시에 좌절한 만큼에 기쁨과 행복도 느꼈다는 그녀. 이번에 출간한 『책 만들다 우는 밤』에는 1인 출판사 대표로서 경험한 5년의 기록이 담겨있다. 솔직한 말투로 쓰인 책은 1인 출판사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현실과 용기를,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독서신문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1인 출판사 ‘꿈꾸는인생’의 대표이자, 『책 만들다 우는 밤』 저자 홍지애라고 합니다.”

Q. 5년간 출판사 대표로서의 기록을 『책 만들다 우는 밤』을 통해 출간했는데,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답답한 마음에 썼어요. 정말 즐겁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1인 출판사의 한계라는 게 있잖아요. 물론 잘 되는 1인 출판사도 있지만요. ‘꿈꾸는인생’처럼 유명하지 않은 작은 출판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저희 책 되게 좋고, 읽으면 다 사랑할 만한 글이거든요. 좋은 작가님들과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이 읽히지 못하는 책에 대한 아쉬움을 출판사 대표로서 5년의 기록과 함께 알리고 싶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사진=안경선 PD]

Q. 책은 1인 출판사의 환상이 아닌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렇게 솔직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제가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으니까, 환상을 얘기할 수 없었어요.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은 현실이잖아요. ‘꿈꾸는인생’이 지금 제 삶이거든요. 좋은 말만 쓸 수는 없었지만, 그만큼 진심을 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통 1인 출판사를 다루는 책은 실무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잖아요. ‘공급률은 어떻고’, ‘배본사는 어디가 좋은지’, 그런 전문적인 용어들로요. 『책 만들다 우는 밤』은 실무보다는 저의 경험과 당시 감정이 많이 담겼어요. 그래서 1인 출판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처럼 갑작스러운 상황이 다가왔을 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잖아요.”

Q. 대표께서 생각하는 1인 출판사만의 가장 큰 매력은? 그리고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1인 출판사의 매력이라… 대표 뜻에 따라 출판사의 취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흥미롭고’, ‘나에게 기쁨이 되는’ 그런 책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정말 매력적인 거 같아요. 그리고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말을 전하자면, 일단 자신이 어떤 부류인지 알아야 할 거 같아요. ‘내 글을 직접 내고 싶어서’ 하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작가들과 직접 작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전자의 경우는 먼저 책을 독립출판물 형태로 만들어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동네서점들에 직접 입고도 해 보고요. 그렇게 책을 만들어서 독자한테 가는 과정을 먼저 경험해보시는 게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후자였어요. 저처럼 새로운 작가들과 책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출판사를 차리고 싶다면, 먼저 본인이 시작하려는 출판사와 비슷한 규모의 출판사를 한번 찾아보세요. 그리고 어떤 식으로 책을 만들고 어떤 프로그램을 독자와 진행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면 좋을 거 같아요. 각자 상황에 맞게 어느 정도는 요령을 잡아놓고 시작하면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Q. 5년간 1인 출판사를 운영해 왔는데, 1인 출판사의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5년 전, 제가 출판사를 시작할 때도 독립출판물과 1인 출판사의 수가 많았는데, 지금은 더 많아졌거든요. 그 이유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지금은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잖아요. SNS라는 소통방식을 통해 쉽게 관심사를 검색해서 소통하고. 이를 통해 그 안에서 소수여도 팬이 형성되기도 하고요.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너무 적합한 시대 같아요. 그리고 출판 형태가 아니어도, 유튜브나 개인 SNS로 결과물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앞으로 나오는 모든 1인 출판사가 잘 된다고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줄어들지는 않고 계속 늘어날 거 같아요.”

Q. 작품 내에서 ‘책 읽는 것’보다 ‘책을 만드는 일’이 더 좋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저희 출판사 책 중에 『세계 여행은 끝났다』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 작가님이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대학교를 연출 쪽으로 가셨거든요. 근데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느끼셨대요. ‘나는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하는구나’라고. 그래서 지금은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관객으로 남으셨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책 읽는 것’보다는 ‘책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거죠. 출판계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책 만드는 일이 좋아졌어요. 출판사를 운영하기 전에는 외주 편집자와 출판사 직원으로 활동을 했거든요. 물론, 그 당시에는 보내준 원고를 다듬어서 전달해주는 것뿐이었지만, 제 손을 거친 글이 하나의 책으로 완성되는 것이 멋지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출판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책을 만드는 일에 속하고 싶었어요. 즐겁고 멋진 일을 하고 싶어서요.”

Q. 책 제목처럼 『책 만들다 우는 밤』이 참 많다고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우는 밤을 꼽는다면…

“일단 제목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보통 책 작업을 할 때 제목 때문에 진짜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근데 이 책의 제목은 후보군이 별로 없었어요, 저의 이야기를 담았으니까. 저만이 지을 수 있는 제목이었죠. 그리고 제 5년의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표현했을 때 『책 만들다 우는 밤』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책 만들다 정말 많이 울었어요. 책이 너무 웃겨서 운 적도 있고, 오타를 확인하지 못해서 운 적도 있었어요.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우는 밤은 아무래도 책 챕터에 있는 ‘우기’ 때인 거 같아요. 비가 오듯 계속 눈물이 나던 시기였어요. 저희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비슷한 주제의 책이 뜨겁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면 저희 책이 그 책보다 못나지 않고, 분명 저 책만큼 사랑받을 만한 책인데 하는 생각에 슬펐어요. 책에는 잘못이 전혀 없었으니, 당시 책 인기가 없는 게, 팔리지 않는 게 전부 저의 잘못 같았어요. ‘이 좋은 원고가 다른 출판사로 가면 잘됐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잘되지 않는 원인을 저에게만 찾던 그때가 가장 슬프게 울었던 밤인 거 같아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나가는 우기처럼 어느새 사라져 현재의 제 모습이 있는 거죠.”

[사진=안경선 PD]

Q. 출판사의 아이덴티티는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꿈꾸는인생’에도 ‘들 시리즈’가 있는데, 시리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에세이를 좋아하다 보니까 출판사를 시작할 때부터 에세이 시리즈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아무튼’ 시리즈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기획과 이런 실천력을 가질 수 있을까’. 되게 참신한 시리즈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무튼’ 시리즈처럼 저도 폭넓은 주제로 담고 싶었어요.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시리즈를요. 에세이는 보통 자신이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잖아요. 제가 제일 잘 말할 수 있는 건 ‘복통’이거든요. 저는 복통으로 밤새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처럼 복통을 다루든 취미나 음식을 다루든,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시리즈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다 생각난 게 ‘들’이라는 단어였어요. 제각각의 주제를 담을 수 있는 단어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들’을 붙이면 돼요. 그렇게 해서 저희 출판사에는 전혀 다른 주제를 가진 개성 만점 ‘들 시리즈’, 『사생활들』, 『이름들』, 『별자리들』, 『냄새들』, 『해외생활들』 총 5권이 나오게 됐어요.”

Q. 5년간 약 20권의 책이 ‘꿈꾸는인생’을 통해 출간됐습니다. 1인 출판사로서는 상당한 양인데, 비결이 있다면…

“저는 출판사의 정체성은 책이라고 생각한 사람이에요. 책이 계속 꾸준히 나와야 출판사가 생명을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출간에 있어서 무리해서라도 긴 텀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독자들이 봤을 때 ‘꿈꾸는인생’은 꾸준히 책을 내는 출판사로 기억되고 싶었어요.”

Q. 책은 대표로서의 5년간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확실히 미래의 이야기를 담지 않았어요. 불확실하니까요. 출판사를 운영하기 전, 한 7년 전만 해도 ‘이런 책을 내야지’, ‘3년 후에는 이렇게 해야지’라고 그림을 그렸어요. 근데 막상 출판사를 운영하니까 현재의 일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기획하던 책이 취소되기도, 몇 번의 교정·교열 끝에 출간한 책에서 오타가 발견되기도 했어요. 지금까지의 5년은 제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책에는 미래를 말하지 않은 거 같아요. 앞으로의 5년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사람 일은 모르잖아요. 하지만,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은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이기에, 완전히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 전에는 현재의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확실한 미래에 대해 하나 말씀드리자면, 오는 5월에 ‘들 시리즈’ 6호가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수경 저자의 『끼니들』이라는 책이 출간되는 게 지금 저에게 가장 확실한 미래네요.”

[사진=안경선 PD]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독서신문 독자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하며 행복하게 살자고요. 각자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분명 좋은 날은 오거든요. 제가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괴로움을 느꼈을 때도 반드시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왔듯이요. 또, 『책 만들다 우는 밤』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희 책이 위로와 행복이 됐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사람은 정말 사소한 거 하나로 위안을 얻고는 하잖아요. ‘꿈꾸는인생’의 책이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습니다. 엄청난 삶의 목표를 설정해 주거나 큰 깨달음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하루가 즐거워지는 책이 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그런 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거고요. 그러니 ‘꿈꾸는인생’ 책을 많이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책 만들다 우는 밤』을 통해 저의 기록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서신문 장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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