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정상’과 ‘비정상’ 둘 중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둘을 구분하고 있나요?
혹자는 소수자에 대해 ‘다르다’는 이유로 ‘비정상’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흔히 외형적 모습에 근거합니다. 역사적으로, ‘나’와 다른 모습을 가진 돌연변이는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알비노’가 있는데요. 알비노는 유전적으로 멜라닌 색소를 만들지 못해 머리카락을 비롯한 털과 피부색이 흰색인 증상입니다. 과거 스스로 ‘정상’이라고 일컫는 사람들은 돌연변이인 알비노를 열등한 존재로 여겼습니다.
일부 문화에서는 알비노인 사람들을 마녀로 몰아 학대하거나, 신체를 훼손해 주술용으로 거래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외적인 기준에서 ‘비정상’이라는 이유였죠.
그렇다면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상’이 맞을까요? 책 『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의 이고은 저자는 앞서 알비노와 같은 다양한 돌연변이를 예시로 들며, 최소한 유전적으로 ‘정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간은 서로 비슷한 DNA 서열을 갖고 있지만, 누구도 100퍼센트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유전 정보를 담은 30억 개의 DNA 서열에는 약 1,000개당 1개꼴로 변이가 발생합니다. 즉, 사람마다 특정 부분에 유전적 차이가 있다는 거죠.
그중에서 어떤 사람은 우연히 생존에 치명적인 돌연변이를 갖고 태어날 수도, 유익한 돌연변이를 갖고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의 DNA가 서로 다르다면, 적어도 DNA 수준에서는 누구의 것이 ‘정상’이고 누구의 것이 ‘비정상’인가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물론 편의상 인간의 표준 DNA를 서열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단지 자연적으로 더 많이 관찰되는 유형일 뿐 그것이 절대적 ‘정상’의 기준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합니다.
인간은 모두 다른 유전자와 다른 DNA 서열을 가지고 다른 집단 속 다른 겉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상’이라는 기준은 애초에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겠지요.
그럼에도 다른 사람을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의 편협한 시각이 ‘비정상’이지 않을까요?
자료 출처: 『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이고은 지음 | 창비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