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역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여성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팅게일 이후, 비로소 여성이 간호사라는 형태로 의료계에 등장했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역사적 사료를 추적해 여성 의료인의 기원에는 ‘마녀’의 존재가 있었음을 밝혀낸다. 중세 민중을 위한 치료사이자 여성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피임을 돕는 산파였던 여성들은 마녀로 몰려 살해당했는데, 이러한 폭력은 악마의 도움 없이는 여성이 똑똑할 수 없다는 당대의 믿음에 의해 정당화되었다. 저자들은 그렇게 여성들이 고유의 영역에서 점차 밀려난 이후 교육의 기회를 차단당하는 등 억압과 차별을 겪으면서 의료 체계 내에서 입지가 좁아졌다고 지적한다.
■ 우리는 원래 간호사가 아닌 마녀였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디어드러 잉글리시 지음 | 김서은 옮김 | 라까니언 펴냄 | 143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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