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챗GPT 작가’ 탄생… 독자 반응은?
국내 첫 ‘챗GPT 작가’ 탄생… 독자 반응은?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3.1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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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대화와 정교한 답변을 구사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누적 이용자가 1억명을 돌파한 가운데, 개인뿐 아니라 학교나 기업 등에서도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고자 ‘챗GPT 배우기’ 열풍이 한창이다.

이러한 흐름은 출판 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챗GPT가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2월 관련 도서 판매가 94.5배 폭증했다. 지난 8일 기준 2월 이후 출간된 관련 도서는 예약판매를 포함해 총 17종. 책은 기획부터 제작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다른 매체에 비해 최신 이슈에 즉각 반응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이렇게 많은 관련 도서가 빠른 속도로 출간될 수 있었던 배경엔 챗GPT의 위력이 숨어 있다. 챗GPT를 소재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집필에 활용해 소요 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 『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현대지성),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스노우폭스북스) 이들 책은 모두 챗GPT를 공저자 또는 저자로 올렸다. 저자는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챗GPT와 협업을 통해 집필했다고 소개하는 책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건 챗GPT가 단독 집필한 국내 최초의 책인 자기계발서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다. 인간 출판 기획자의 기획안과 목차를 바탕으로 챗GPT가 저자가 되어 전체 내용을 썼고, 영어 원문에 대한 번역은 네이버의 번역 인공지능 ‘파파고’가, 책 표지 등을 장식한 일러스트는 인공지능 이미지 툴인 셔터스톡 AI가 담당했다. 여기에 인간 작업자 2명이 최소한의 교정과 감수만 진행했다. 그렇게 인쇄 전 단계까지 책 한 권이 30시간 만에 완성됐으며, 제작 공정까지 포함해도 전체 출간 과정이 단 7일 만에 끝났다.

인공지능의 손에서 무서운 속도로 완성된 이 책의 완성도는 어떨까. 온라인서점과 독서 플랫폼의 리뷰를 살펴봤다. “혁명적이다. AI가 삶의 목적까지 알려주는 시대”와 같은 호의적 반응과 “듣기 좋은 껍데기만 반복하고 있으나 깊이가 전혀 없다”는 등의 혹평이 공존했다.

책을 읽어 보니 양쪽 반응 모두에 공감이 갔다. 챗GPT가 사전에 학습한 방대한 웹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삶의 목적이라는 심오한 주제로 300쪽 분량의 책을 써 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신선한 충격이다. 인간 기획자가 제시한,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쓸 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한다’처럼 문장 형식으로 된 소제목들이 뚜렷한 방향성을 담고 있긴 하지만, 거기에서 출발해 SNS상의 친구는 많지만 실제로 깊고 의미 있는 관계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을 진단하고 조언을 건네는 등 실제로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철학자나 유명인들의 명언을 인용하며 논리를 전개해 가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다만 인간 작가의 책과 달리 자신만의 경험이나 구체적인 현실 사례 언급 등이 없어 모든 장이 비슷비슷한 ‘훈화 말씀’처럼 느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실험적인 기획이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앞으로 비슷한 책이 양산될 가능성도 높다.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영국 로이터는 온라인서점인 아마존 킨들 스토어에 챗GPT가 저자나 공저자로 등록된 출판물이 당시 기준 200권 이상 올라와 있다고 보도했다. 챗GPT가 제작에 참여한 책만 모아 볼 수 있는 별도의 섹션까지 마련됐다.

앞서 언급한 책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에서 챗GPT는 “문학, 예술, 대중매체 분야에서 기계가 생성한 텍스트와 이미지가 사용되기 시작하며, 이는 우리가 문화를 창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계와 인간이 협업을 통해 진정으로 새롭고 독특한 무언가를 창조하는 새로운 종류의 글쓰기가 등장하는 것을 목도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인간이 창작한 것과 구별할 수 없는 작품들이 급격히 많아지면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도 있다”고 예견하고 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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