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륜 소식이 가져다주는 분노, 건강한 분노일까
남의 불륜 소식이 가져다주는 분노, 건강한 분노일까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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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사업가 아옳이(본명 김민영)가 카레이서 서주원씨의 외도로 이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서씨, 그리고 그와 교제한 여성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사이버 테러를 한 사건이 있었다. 일부 네티즌은 해당 여성의 SNS를 찾아 그의 실명과 얼굴 학력 등을 인터넷에 유출하고 악플을 남겼다. 사회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사건의 당사자를 ‘참교육’하겠다는 네티즌의 행동은 그보다 더 논란이 될 때가 많다.

책 『정의감 중독 사회』의 저자 안도 슌스케는 “누군가 연인이나 배우자를 속이고 바람을 피웠다면 그것이 비윤리적인 일임은 쉽게 알 수 있다. 사생활은 타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지만, 그런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는 대체로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며 “그렇더라도 그런 일을 한 사람을, 관련자도 아니고 지인도 아닌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까”라고 묻는다.

책에 따르면 댓글이나 신상 털기로 ‘정의구현’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자주 화가 나 있다. 다른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관점을 접하면 이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키고 싶은 가치관을 부정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자기 자신을 부정당하는 것과 똑같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들의 분노는 남을 공격하려는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조치다. 나쁜 것은 상대방이고, 상대가 먼저 공격하니까 되받아친 것에 불과하다고 느낄 뿐이다.

물론, 분노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정의감에서 나온 분노는 때로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분노가 과연 공공의 정의에 부합하는지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사적’인 분노와 ‘공적’인 분노를 구분 지으며, 우리가 표출해야 할 것은 공적인 분노라고 덧붙인다.

분노란 모두 개인이 느끼는 것인데, 사적인 분노와 공적인 분노를 어떻게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저자의 해법은 명쾌하다. 그것은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때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건전한가”라는 ‘빅 퀘스천’을 던지는 것이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자신의 분노가 나뿐만 아니라 주의 사람들에게 공감받을 만한 건전한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변 사람들에게도 공감받을 만한 것인지 물어볼 때에는 자기 성향에 맞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연령, 성별, 취향, 직업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저자는 “다수가 공감하고 그 정의를 위해 뭔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공적인 분노, 공공의 정의일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에게 자신의 분노를 들여다보고 가다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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