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아닌데 항의하면 예민충? ‘귀 트인’ 사람들도 존중해야
층간소음 아닌데 항의하면 예민충? ‘귀 트인’ 사람들도 존중해야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2.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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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층간소음 인정 기준이 예년보다 강화됐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일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이를 발표했다. 기존 규칙은 뛰거나 걷는 동작으로 발생한 소음이 주간(오전 6시~ 오후 10시) 43dB, 야간 38dB이 넘으면 층간소음으로 규정했지만, 이번에 발표된 규칙은 각각 39dB, 34dB로 기준이 낮춰졌다.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가구가 윗집에 시정을 요구하거나 항의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그 이하의 소음은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았다. 무엇이 층간소음이고 아니냐는 저마다 갖고 있는 민감함과 둔감함의 정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귀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38dB이라고 해서 층간소음으로 여겨지지 않을 이유는 없다. 사실 알고보면 작은 소리도 층간소음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한 번 층간소음을 인지하면 그 때부터 작은 소리조차 크게 신경쓰이는 현상을 ‘귀 트임’이라고 하는데, 책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의 저자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누구나 귀 트임으로 고생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귀 트임은 사람을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만든다”고 덧붙인다.

그러므로 층간소음에 대한 갈등은 ‘기준을 넘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느냐를 쟁점으로 다뤄야 한다. 기준을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피해자가 이웃들로부터 ‘예민충’으로 낙인찍히는 일이 벌어진다. 그를 향한 이웃들의 낙인과 멸시는 층간소음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저자는 “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분들의 이야기에 층간소음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핵심은 귀가 트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다.

귀 트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으면 좋을까. 먼저, 한 번 항의를 받았다면, 그가 ‘백번은 참고 참다 온 것이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정도 소리는 참고 살아야지”나 “그렇게 시끄러우면 귀마개를 끼고 살아” 같은 말은 당연히 금물이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하며 그때까지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좋다. 저자는 “가령 2~3주 내에 매트를 깔고, 실내화를 신고, 아이들 걷는 연습을 시키고, 어른이 걸을 때 발망치 소리가 나지 않도록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 연습을 하겠다고 제안하라. 그러면 비록 소음이 나더라도 그 노력에 어느 정도는 마음이 녹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어 윗집이 이렇게 나오면 아랫집도 마음을 추스르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중재자가 있다면 그는 아랫집의 이야기를 듣는 데 치중해야 한다. 저자는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이 발생하면 관리소장이나 경비원은 윗집에 초점을 맞춰 상담을 진행하고 민원을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라고 전한다. “층간소음이 있고 없고는 윗집이 아니라 아랫집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랫집이 대화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재의 올바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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