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재들을 모으면 최고의 팀이 나올까
최고의 인재들을 모으면 최고의 팀이 나올까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1.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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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이 최고의 성과를 내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쉽게 떠오르는 방법은 최고의 인재들을 가려 뽑아 팀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윌리엄 M. 뮤어. 미 퍼듀 대학의 교수(진화생물학)였다. 닭의 품종을 개량해서 더 많은 달걀을 얻고자 한 그는 알을 가장 많이 낳는 암탉만 선별해 한 번식장에 모아 알을 낳도록 했다.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타났다. 몇 세대가 지나자 엄청나게 공격적인 새로운 품종이 태어났고, 서로를 맹렬하게 공격한 탓에 많은 닭들이 죽었던 것. 당연히 달걀 생산량은 곤두박질쳤다. 한편으로, 뮤어 교수는 개체별이 아닌 단체별로 달걀의 수를 비교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1등 닭이 아닌 1등 닭장의 특징을 살펴보는 실험이었다. 여러 닭장 중 생산성이 가장 좋았던 닭장의 닭들을 번식장에 보냈는데, 모든 암탉이 건강하게 살아남았고 달걀 생산량은 160퍼센트로 치솟았다.

1등 닭들이 모인 닭장이 1등이 될 수 없었던 이유는 뮤어 교수가 처음부터 달걀의 숫자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한 공간 안에서 다른 암탉을 쪼고 죽이기까지하는 닭은 당연히 알을 많이 낳는 닭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사례를 전하는 책 『소크라테스 성공법칙』의 저자 데이비드 브렌델과 라이언 스텔처는 말한다. 숫자에서 나타나는 성과지표가 아니라 사람을 봐야 한다고. 일터에서도 무분별한 생산성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일을 대하는 다른 태도를 찾자고.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대화 태도에서 그 힌트를 발견했다. ‘생각, 대화, 창조’로 일컬어지는 소크라테스 대화법의 특징은 상대에게 열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업무가 마음에 안 드나요?”라고 물으면, “예, 아니요”로 답할 수 밖에 없지만, “요즘 일은 어떠세요?”로 질문하면, 더 솔직한 대답을 끌어낼 수 있다. 저자는 “질문자는 강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반발적이거나 심지어 공격적인 대답도 환영해야 한다”며 “이런 태도가 창조와 혁신, 놀라운 성공의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조언한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 소크라테스처럼,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의식적으로 내려놓아야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런 대화가 가능하려면 팀 내에 ‘심리적 안정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심리적 안정감은 “어떤 생각, 의견, 질문 등을 팀원들 앞에서 말했을 때 처벌받거나 굴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환경에 놓이면 창의성과 혁신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글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진행했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심리적 안정감이 사내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은 자체 조사에서 어떤 팀이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지에 관한 중요한 요소들을 찾아냈는데, 그 중에 가장 밀접하고 주목받지 못한 것이 바로 ‘심리적 안정감’이었다고 한다.

“구글의 연구진은 많은 팀을 찾아가 개방형 질문으로 조직 성과의 기본 요소들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기업의 팀들과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그 가치를 보여줬고, 이로써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다. 창의성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경쟁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무엇도 배제하지 않는 오픈 마인드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그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곧 개인과 팀, 나아가 회사가 발전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구글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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