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이 바라본 ‘이상한’ 나라, ‘이상한’ 정치
박지현이 바라본 ‘이상한’ 나라, ‘이상한’ 정치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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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2022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떠오르는 인물 100인’,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 블룸버그가 선정한 ‘올해의 50인’. 1996년생으로 만 26세인 청년 정치인 박지현이 거느린 화려한 수식어다. 그는 대학생 시절 ‘추적단 불꽃’을 결성해 전대미문의 온라인 성범죄 ‘n번방’ 사건을 파헤친 활동가 출신으로, 남성 중심 엘리트‧기득권 정치가 뿌리 깊은 여의도에서 존재만으로도 상징성이 크다. 실제로 제20대 대선 당시에는 2030 여성 결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직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 가시밭길이었다. 당 안팎을 막론한 비난 속에서도 꿋꿋이 ‘반성’과 ‘쇄신’을 외쳤지만 변화는 요원했고, 민심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지도부로서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는 의미로 사퇴한 것이 지난해 6월. 이후 전당대회 출마를 전격 선언했으나 자격 미달 및 책임 회피 논란에 부딪히며 무산됐다. 그렇게 수개월간 뚜렷한 행보가 없던 그가 최근, 첫 정치 에세이를 출간했다.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박지현』(저상버스). 헌정사상 최연소로 제1야당 공동대표를 지낸 82일간의 시간을 중심으로 한 정치 입문기다. 그는 짧지만 누구보다 강렬하게 경험한 여의도 정치판을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고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빗댄다. 대선 당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이라는 목표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에겐 관심조차 없는 정당의 집권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뛰어든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토끼 굴은 ‘이상한 나라’의 심장부에 그를 데려다 놓았다.

갓 정치에 입문한 20대 정치인은 철옹성 같은 당내 기득권 세력을 마주해야 했다. 박지현의 회고에 따르면, 공개 모두발언을 통해 활동 내용이 알려지고 청년위원들도 함께였던 비대위에서는 그나마 토론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비공개로 진행되는 고위전략회의에서 그는 비대위원장 취급을 받지 못했다. 중진위원들은 그가 말하면 딴짓을 하기 바쁘다가도 같은 신분인 윤호중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 바로 수긍했다. 노골적인 무시였다.

“민주당은 반성과 쇄신을 하자고 나를 끌어들였다. (…) 그런데 본심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였다. 나를 장식품으로, 얼굴마담으로, 우리에게 상품도 있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홍보용 마네킹쯤으로 데려다 놓은 것이다.”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박지현은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여당을 제대로 비판하는 것도, 돌아선 민심을 붙잡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당을 위한 행보였지만, 당내 고위층과 강성 팬덤에겐 ‘내부 총질’로만 받아들여졌다. 박지현은 지난해 5월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최강욱 의원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자, 이재명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이 찾아와 “전쟁 중에는 같은 편 장수를 공격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며 만류했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대해 “대선 때 0.73%밖에 나지 않던 격차가 지방선거에서는 10%, 20%로 벌어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전당대회 출마가 무산됐던 일 또한 원칙이냐, 특혜냐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판단의 문제였다고 본다. 자신에게 입당 한 달 만에 임시 당 대표를 맡길 때는 당규를 탄력적으로 적용했으면서, 기득권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자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박지현이 생각하는 진정한 청년정치란 “낡은 정치를 바꾸고 새로운 사회 어젠다를 다루는 정치”다. 실제로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청년 조직이 정당 내에서 야당과 같은 역할을 한다. 여의도라는 ‘이상한 나라’에서 “지킬 게 많은 사람이 정치를 하면 국민을 지킬 수 없겠다”, “아직 물들지 않아서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이 정치를 해야겠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박지현은 말한다. 청년정치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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