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할 사람 찾는 회의는 이제 그만, ‘퍼실리테이션’ 하라
발표할 사람 찾는 회의는 이제 그만, ‘퍼실리테이션’ 하라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1.04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구 좋은 아이디어 가진 사람 없어?”

00물산에서 2년째 영업2팀을 이끌고 있는 A씨. 그에게는 고민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업무회의. 그간 진행해 왔던 영업 전략과 실적을 돌아보고 차후의 계획을 짜기 위해 회의를 한다고 하지만, 늘상 “우리의 전략은 항상 열심히 하는 거야. 알았지?”라는 말로 마무리 된다. 가끔 “실적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고 물으며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썰렁한 반응. 그도 그럴 것이 누군가 나서면 “좋네. 그럼, 네 아이디어니 네가 해봐”라는 식으로 부담을 주니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이 어디 A씨 뿐일까. 학교든 회사든 회의를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느낌의 회의를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이상적인 회의의 모습은 모두가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고 상대를 존중하며 토론하는 것이지만, 목소리가 큰 사람의 일장연설로 끝나거나 회의의 내용과 관련 없는 내용만 늘어놓는 잡담 시간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의미 없게 느껴지는 회의에 리더와 구성원 모두 난감한 기분을 느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은 회의 분위기를 바꾸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책 『돕는 인간, 퍼실리테이션의 시대가 온다』에 따르면, 퍼실리테이션은 회의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퍼실리테이션을 실행하는 퍼실리테이터는 조직 내부 또는 외부의 프로세스 전문가로서 회의 내용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회의 참가자들이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회의 분위기를 바꾸는 퍼실리테이션은 어떻게 하는 걸까. 책은 후반부에서 퍼실리테이터가 사용하는 비장의 무기들을 전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모으는 회의라면 브레인 스토밍을 하기 위해 가벼운 아이스브레이킹 후 포스트잇을 활용하는 게 좋다.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포스트잇을 나눠준 다음, 그것을 모두가 보는 화이트보드나 벽면에 붙여 보는 것이다. 이는 조직 내 권력자의 의견이 모두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글로 정돈된 각자의 아이디어를 분류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때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는 리더는 본인의 의견을 말하거나 하나의 의견을 대놓고 칭찬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따르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는 리더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앉는 자리를 바꿔보는 것도 퍼실리테이션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캠프파이어를 하듯이 구성원 사이에 놓여 있는 테이블을 치우고 둥글게 앉아 보자. 저자들은 책 『서클의 힘』을 쓴 크리스티나 볼드윈과 유능한 퍼실리테이터 앤 리니아의 말을 빌려 “둥글게 앉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놀랄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혜롭게 말하며 좋은 생각을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서클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모임의 주최자인 ‘호스트’, 모임의 규칙을 지키는 ‘가디언’, 주요 의사결정 사항을 기록하는 ‘기록자’ 등의 역할을 만드는 것도 좋다.

책은 이외에도 퍼실리테이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속한 조직의 회의가 무의미하게 진행된다면, 책이 소개하는 방법들을 활용해 회의 방식을 바꿔보면 어떨까. 회의의 효율은 높아지고 분위기는 더욱 유연해질 것이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