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올빼미' '영웅'… 어떤 책 같이 보면 좋을까
'탄생' '올빼미' '영웅'… 어떤 책 같이 보면 좋을까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2.2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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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영화 <올빼미>의 소현세자(김성철 분), <탄생>의 김대건(윤시윤 분), <영웅>의 안중근(정성화 분). [사진=<올빼미>, <탄생>, <영웅> 스틸컷]

우리나라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다룬 사극영화가 연이어 개봉됐다. 소현세자의 급사 미스테리를 다룬 <올빼미>가 지난달인 11월 23일 개봉한 데 이어 30일 김대건 신부의 삶을 다룬 ‘탄생’이 막을 올렸으며, 지난 12월 22일에는 <영웅>이 안중근 의사의 거사 과정을 보여줬다. 영화의 장면을 책과 함께 곱씹으면, 생각은 넓어지고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개봉한 사극영화와 같이 볼만한 책을 소개해 본다.

 

■ <탄생>, 한국 천주교가 정리한 『김대건, 조선의 첫 사제』와 함께 보자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는 1846년(헌종 12년) 25세의 나이로 순교했다. 짧은 인생이었으며, 당시 조선이 천주교 신자들을 박해했던 환경 때문에 그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이 책은 지난 2020년 ‘혜곡최순우상’을 이충렬 전기작가가 한국교회사연구소로부터 자료를 제공받고, 감수를 받아 만든 최초의 김대건 정본이다. 544쪽에 이르는 다소 두꺼운 책이지만, 그만큼 김대건 신부에 관한 다수의 자료를 첨부해 놓았다. 그동안 흐릿한 사본을 통해 존재만 알려졌던 ‘김대건 신부 서약서’ 친필본을 공개하며, 컬러 고지도를 활용해 조선에서 우여곡절 끝에 서해를 건너 상해와 마카오에 도달했던 김대건 신부의 신앙 여정도 생생하게 안내한다.

출판사 김영사는 “작가는 지나친 영웅주의나 미화 대신, 지금까지 놓쳤던 주변 인물들, 스승, 후배, 친구들의 기록까지 샅샅이 뒤져서 단서가 될 만한 내용을 찾아냈다”며 “그와 함께 당시 생활상과 언어의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1800년대 말 박해 시대를 배경으로 쓴 소설까지 참고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김대건의 삶을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영화로 김대건이라는 인물과 그의 생을 대강 파악했다면, 이 책으로 살을 덧붙여보는 건 어떨까.

 

■ 독살설의 정체를 알려면 정치적 상황을 봐야… 『소현세자 독살사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다 9년 만에 돌아온 소현세자는 갑자기 생을 마감했다. 당시 어의(궁에서 왕과 왕족의 병을 치료하던 의원)들은 그가 학질(말라리아)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인조실록』을 적은 사관의 생각은 조금 달랐나보다. “마치 약물(藥物)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 실록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독살의 주범은 누구였을까. ‘독살설’을 주창하는 역사가들은 인조와 소현세자 간 갈등이 존재했을 것이라 보고, 독살의 배후는 인조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 <올빼미> 또한 독살설을 전제로 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조는 여전히 청에 대한 복수심이 있었고, 전쟁의 패배로 정치적 권위까지 흔들리는 상황. 반대로 소현세자는 비록 인질로 끌려간 상황이었으나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그들을 배우려 노력했다. 결국, 인조의 시각에서 이런 소현세자의 귀국이 달갑지 않았으며, 인조는 소현세자를 잘라내기로 결심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갈등 구조는 전통 질서를 옹호하는 세력과 이를 바꾸려는 개혁 세력의 다툼으로도 읽을 수 있다. 두 세력을 축으로 놓고 소설을 전개하는 『소현세자 독살사건』은 이런 맥락에서 읽어볼 만하다. 이 책을 쓴 이수광 소설가는 지난 16일 <독서신문>과의 통화에서 “소현세자의 죽음은 인조로 대표되는 기존의 질서를 지지하는 보수 세력과 소현세자로 대표되는 개혁 세력 간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며 “그 안에서 부모와 자식 간 관계가 비정해지고 말았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자호란을 다룬 김훈의 『남한산성』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며 “두 세력의 다툼이 병자호란 패배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거사가 끝이 아니다 『동양평화론』

안중근 의사에 관한 거사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는 보통 그를 손가락 한 마디를 끊어 결의를 다진 독립운동가,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위인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저격 이후의 삶은 좀처럼 회자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영웅>은 안중근이 거사 이후에도 일본의 법정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 다뤘다는 점에서 반갑다. 거사 이전의 삶이 군인과 독립운동가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옥중에서의 삶은 사상가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안중근의 옥중 수기인 『동양평화론』은 이토 히로부미의 극동평화론을 반박하는 책이다. 당시 이토는 서양 세력의 침략을 받는 동아시아 지역이 강대국(일본)의 패권과 군사력에 의해 지켜질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안중근은 한‧중‧일의 공존과 공영을 이야기했다. 실천적인 방법으로는 3국이 동맹을 맺어 공동 은행과 평화유지군을 만들 것을 제시한다. 역사학자들은 이를 UN과 비교하며 안중근의 선구자적 자질을 강조하기도 한다. 『동양평화론』을 읽었다면, 소설가 김훈이 최근에 내놓은 『하얼빈』을 통해 안중근의 심리를 가늠해보는 것도 좋겠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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