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해 보이는 클라이밍, 나도 할 수 있을까?
위험해 보이는 클라이밍, 나도 할 수 있을까?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2.2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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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를 막론하고 취미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운동이 건강이나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자기 관리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꼭 그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종목을 체험해 보며 취미 삼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운동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사이 실내 클라이밍장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도 그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SNS에 올라오는 클라이밍 인증 영상은 일단 흥미를 유발한다. 알록달록한 홀드(돌)들이 시선을 사로잡고, 매달린 채 문제를 풀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 내가 있다고 상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성인 키 두세 배쯤 되는 높은 벽을 맨손 등반하는데 몸을 지탱해 주는 줄 같은 안전 장치가 전혀 없다. 바닥에 매트가 깔려 있긴 하지만, 높은 곳에서 갑자기 팔에 힘이 빠져 떨어지는 순간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이러한 이유로 클라이밍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도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운동이다.

책 『일단 한번 매달려보겠습니다』(위즈덤하우스)는 ‘근육량 제로’였던 한 여성의 클라이밍 도전기다. 우연히 접하게 된 클라이밍은 생애 처음으로 운동에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고, 어느새 오랜 벗 같은 취미가 됐다. 화려한 퍼포먼스 영상으로 SNS 스타가 된 적도, 대회에서 상을 받아 본 적도 없는 ‘거북이 클라이머’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그는 입문자들에게 “클라이밍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과 생각의 틀을 벗어던지고 클라이밍의 반전 매력을 염두에 둔다면 보다 즐겁게, 수월하게 이 운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건넨다.

클라이밍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은 강인한 상체 힘이 필요한 운동이라는 것인데, 실제로는 그 반대다. 클라이밍 동작은 대부분 홀드에 발을 단단히 디딘 채로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는 형태이기에 따지자면 하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 팔이나 승모근 힘을 과하게 쓰다 보면 체력이 금방 떨어져 벽에서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입문 단계에서는 오히려 다른 운동으로 단련된 상체 근육을 보유한 사람보다 백지 상태인 초보자의 습득 속도가 빠를 수 있다. 상체 힘이 있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힘을 써서 등반하려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까마득해 보이는 벽의 높이도 도전을 주저하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경험해 본 클라이밍은 높이와의 싸움이 아니었다. 막상 벽에 매달려 문제를 푸는 데 열중하면 머리와 몸이 쉴 새 없이 바쁘고, 시야도 눈앞의 좁은 영역으로 제한돼 높이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클라이밍은 그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손에는 2~3주마다 하던 네일아트 대신 굳은살이 자리잡았고, 손가락 마디는 반지가 맞지 않을 정도로 굵어졌다. 근육이 생기면서 체형이 달라진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몸을 겉모습이 아닌 기능적인 측면으로 판단하게 됐다. 또 복잡한 문제들을 미뤄 두고 명상하듯 문제를 풀다 보면 삶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그에게 클라이밍은 “삶이 지루하고 고되다 못해 때로는 지옥같이 느껴질 때 (…) 그 지난한 순간이 계속되지 않도록 잠시나마 브레이크를 걸어 주는 것”이었다.

그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되는 클라이밍이 위험하지 않다거나, 모두가 클라이밍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처럼 “허구한 날 떨어지고, 다치고, 실력이 맨날 제자리걸음”이어도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무언가를 찾길 바란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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