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소설가, 회고록 작가인 세라 망구소는 25년 전부터 삶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매일 일기를 썼다. 그러던 중 경험한 출산과 육아는 그가 일기와 맺어 온 관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엄마로 살아가며 망구소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반대로 생애 초기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기도 했다. 과거를 통째로 간직하며, 잊고 싶은 기억을 선별하려 했던 그는 마침내 “망각이 삶에 지속적으로 관여한 대가임을, 시간에 무심한 어떤 힘의 영향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기억을 붙잡기 위해 시작한 쓰기가 비워 내기 위한 쓰기로 전환되는 시점이었다. 그는 말한다. 일기는, 기억하고 망각할 용기가 있는 모든 사람의 것이라고.
■ 망각 일기
세라 망구소 지음 | 양미래 옮김 | 필로우 펴냄 | 112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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