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본인’ 잘못 쓰면 큰일… 헷갈리기 쉬운 우리말은?
‘장본인’ 잘못 쓰면 큰일… 헷갈리기 쉬운 우리말은?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2.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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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든 장본인’ 축구선수 OOO이 전하는 기적의 조건
연예인 OOO, 절친 OOO에 고마움… “아이들 낳게 해 준 장본인”
OOO씨는 우리나라에서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처음 시도한 장본인이다.

포털 사이트에 ‘장본인’을 검색하면 칭찬하는 뜻으로 ‘장본인’을 쓴 기사가 우르르 쏟아진다. 위 문장들은 모두 최신 언론 기사에서 가져왔는데, 그중엔 수많은 독자를 보유한 유력 언론사도 포함돼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언론을 신뢰한다. 보도 내용엔 의구심을 가질지언정 적어도 언어 사용에서는 엄격하리라고 기대하며, 유명한 언론사 기사는 오타나 오류가 없으리라 여겨 논술 교재로도 활용한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이런 문장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바로 ‘장본인’이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는 ‘어떤 일을 빚어낸 바로 그 사람. 주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을 한 데에 쓰인다’고 풀이한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칭찬할 때에는 ‘장본인’이 아닌 ‘주인공’을 쓰는 편이 알맞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질문‧답변 게시판 ‘온라인가나다’ 답변을 종합해 보면, 표준국어대사전 기준으로 두 단어의 쓰임 구별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으나 맥락상 ‘장본인’은 부정적인 상황에 더 많이 쓰인다.

‘장본인’이든 ‘주인공’이든 뜻만 통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이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언어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니,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이 ‘장본인’을 긍정적인 의미로 쓴다면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장본인’을 잘못 썼다간 추어올리려던 대상을 오히려 깎아내리는 말이 될 수 있다. 대중의 언어 사용에 본보기가 되는 언론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에서도 뜻하지 않은 결례를 피하려면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이렇게 비슷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 말이 생각보다 많다. 최근 출간된 『아나운서 강재형의 우리말 나들이』(도서출판비)는 MBC의 장수 교양 프로그램 <우리말 나들이>를 기획하고 진행했던 강재형 아나운서가 30년에 걸쳐 집필한 책이다. ‘우리말 지킴이’ 강재형 아나운서는 본문의 3분의 1가량을 ‘비슷한 말, 제대로 구별하여 쓰기’라는 주제에 할애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테다. ‘장본인’ 외에도 자주 헷갈리는 말들을 살펴보자.

‘을사조약’과 ‘을사늑약’ 중에서는 어떤 말이 옳을까? 답은 후자다. 일본의 강요로 체결된 을사늑약은 절대 ‘조약’이 될 수 없다. ‘조약’이란 나라와 나라 사이 동등한 합의에 따라 국제 간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을사늑약은 대한제국과 일본이 합의한 내용이 아닌, 불평등한 강제 규약이었다. 때문에 ‘강제 조약’을 뜻하는 ‘늑약’이라고 써야만 한다. 비슷하게, 흔히 쓰이는 ‘한일합방’도 조선과 일본이 합의했다는 뜻을 담고 있어 남의 것을 강제로 제 것과 합친다는 뜻이 들어간 ‘한일병탄’으로 써야 한다.

‘명성황후 시해’ 같은 표현도 옳지 않다. ‘시해’란 ‘부모나 임금을 죽이는 일’을 뜻하는데, 명성황후를 죽인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일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명성황후 시해’와 같은 표현은) ‘조선 백성이 왕비를 죽였다’는 유언비어에서나 등장할 말이다. 아픈 역사를 되새기기 위해서라도 ‘명성황후 학살 사건’ 따위의 용어를 쓰는 게 차라리 낫다”고 전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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