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성수, 하우스도산, 더현대서울… 그들이 뜨는 이유
아모레성수, 하우스도산, 더현대서울… 그들이 뜨는 이유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2.0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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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성수’, 젠틀몬스터의 ‘하우스 도산’, 여의도에 위치한 백화점 ‘더현대 서울’… 이 공간들의 공통점은? ‘핫 플레이스’라고 생각했다면 반만 맞는 답이다. 이 공간들에는 왜 사람들이 모이는 걸까. 궁극적으로는 리테일, 즉 소매 유통을 목표로 하면서도 판매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그 자체로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전망서 『트렌드 코리아 2023』(미래의창)에서는 내년의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공간력’을 꼽았다. 공간력이란,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리테일의 종말이 이야기되는 시기에도 매력적인 컨셉과 테마로 무장해 사람들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특별한 공간의 힘을 뜻한다.

책 『도쿄 리테일 트렌드』(원앤원북스)는 이러한 ‘공간력’을 내세우며 각광받게 된 도쿄의 리테일 공간들을 조명했다. 우리보다 다양한 유형의 사례를 보유한 일본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리테일에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지각 변동을 살펴보며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 책이다.

최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매장의 변화는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닌, 브랜드의 철학이나 세계관을 전달하는 공간으로서 체험형 매장의 등장이다. ‘아모레성수’, ‘하우스 도산’ 같은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소비자들은 꼭 물건을 구입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브랜드를 ‘체험’하기 위해 매장을 찾고,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면 그 브랜드의 팬이 된다. 또한 이들이 SNS에 인증샷을 올리면서 브랜드 홍보도 이루어진다.

프리미엄 캠핑 용품 브랜드 ‘스노우피크’의 캠핑 체험 시설이 좋은 예다. 캠핑에 관심은 있지만 비싼 용품 구입은 망설이는 사람들이 스노우피크 제품과 함께하는 캠핑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각 시설에서는 지역별 특색에 맞는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스노우피크 식기, 컵 등을 이용하게 된다. 캠핑 체험 시설은 자연스럽게 개별 제품의 기능을 알리는 것은 물론, 즐거운 여행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 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백화점 1위”. ‘더현대 서울’의 한 방문자가 남긴 리뷰다. 이렇게 아름다운 백화점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백화점 매출이 감소한 시대적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백화점 업계 매출이 2000년 정점을 찍은 후 20년간 계속 줄었으며, 일본의 Z세대는 백화점을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에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는 장소로서 백화점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백화점들은 다시 고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고 세이부 백화점의 ‘츄스베이스시부야’에는 가격표가 없다. 판매가 아닌 전시가 주목적인 쇼룸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마다 테마를 정하고 그에 맞는 브랜드와 상품을 큐레이션해 지속적 흥미를 유발하며, 인지도 낮은 브랜드라도 테마에 어울린다면 활용해 다양성을 확보한다. 첫 전시 테마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진 ‘지속 가능성’에 관한 것이었다.

사회 공헌이라는 가치를 앞세우는 공간들도 있다. 한국에 잘 알려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은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한 지방 도시의 유일한 쇼핑몰이 폐점한 자리에 세계 최대 규모의 매장을 내고, 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인프라 역할을 자처했다. 매장 내에 카페와 서점, 약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 등을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효과를 거둬, 해당 매장 매출이 2020년 8월 초 기준 세계 무인양품 매장 중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저자는 “트렌드는 항상 변화한다. 책에서 소개한 리테일과 공간들 또한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할 것이다. 그 와중에 자취를 감추는 곳들도 생길지 모른다”며 “그렇기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매장의 모습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러한 매장을 만들게 된 배경, 그러한 공간을 설계한 이유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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