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21세기 피라미드’ 네옴시티를 짓는 이유
사우디가 ‘21세기 피라미드’ 네옴시티를 짓는 이유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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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옴 홈페이지]
네옴시티의 주거단지 ‘더 라인’ 상상도. ‘더 라인’은 높이 500m, 길이 170㎞의 거대한 직선형 빌딩으로, 900만명이 거주할 수 있다. [사진=네옴 홈페이지]

최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2030년을 목표로 하는 사우디의 대규모 미래형 도시 건설 사업 ‘네옴시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서울 면적의 약 44배인 사우디 북서부 타북주(2만6,500㎦)에 건설에만 1조달러 이상을 투자해 조성한다는 ‘21세기의 피라미드’ 네옴시티.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서 일 안 해도 먹고 산다는 사우디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신도시 개발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중동을 보면 미래 경제가 보인다』(시그마북스)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에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대한 길잡이를 제시하는 책이다. 책에 따르면, 중동 국가들은 석유 기반 경제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수십 년 전부터 인식하고 대비해 왔다. 신재생에너지의 시대가 오면 그동안 중동 경제 발전의 핵심이었던 석유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전 석유부 장관 아흐마드 자키 야마니도 “석기 시대는 세상에 돌이 없어 끝난 것이 아니다. 석유 시대도 오일이 고갈되기 전에 끝날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특히 사우디 정부는 2016년 유가 하락으로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을 받은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경제 다각화를 꾀하는 장기 플랜인 ‘사우디 비전 2030’을 꺼내들었다. 경제, 교육, 사회, 문화, 복지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거대한 구상인데, 그중 3대 메가시티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인 네옴시티가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여기엔 석유 시대의 몰락이 찾아오기 전 4차 산업혁명을 압축적으로 실현시켜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원대한 포부가 담겼다. 목표는 대규모 생명공학, 식품공학, 로봇 연구‧산업 시설을 유치해 세계적인 과학 허브, 중동판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것. 책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플라잉 택시, 로봇 집사, 로봇 공룡 테마파크, 군집 드론을 이용한 세계 최대 인공 달(Moon), 인공강우 시스템 등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것들이 네온시티에 실현될 것이다”라며, “사우디 정부는 이곳에 많은 외국인들이 와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특별 법안 적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네옴시티 건설과 함께 다방면에서 전개될 ‘사우디 비전 2030’은 실업률 감소, 노동력 분산 등의 목적도 가진다. 사우디는 1970년대 석유를 팔아 중동 최고의 부자 나라로 등극하면서 보조금 지출을 대폭 증대해 국민들에게 교육과 의료 서비스, 전력, 가스, 수자원 등을 거의 무상에 가깝게 제공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유가 하락으로 석유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자 과거부터 이어진 과도한 복지 체계와 공공 부문의 팽창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자는 “특히 경제성장 시기에 외국 인력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어야 했는데, 사우디는 그 기회를 100%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사우디 국민들에게는 국가가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수동적 근로관이 만성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산업 다각화에 성공한다면 석유 외의 수입원이 다양해질 뿐 아니라, 현재 공공 부문에 몰려 있는 70%의 사우디 노동력을 민간 부문으로 분산시키고, 15%에 달하는 실업자들도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우디 비전 2030’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기술과 자본을 지닌 타 국가와의 긴밀한 협력이 꼭 필요한데,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인도와 함께 이를 위한 중점 협력 국가로 선정됐다. 전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019년부터 두 번이나 직접 한국을 찾은 이유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방문에서 “에너지, 방산, 인프라 건설 등의 3개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외에도 관광‧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제2의 중동 붐’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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