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열리는 산천어 축제, 꼭 가야만 하나요?
올 겨울 열리는 산천어 축제, 꼭 가야만 하나요?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1.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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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물구조119 유튜브 캡쳐]
죽어가고 있는 산천어. 지난2019년 동물보호단체 '동물구조119'는 "화천 산천어 축제는 사실 한국 최악의 축제 중 하나"라며 산천어 축제의 여러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고 나서기도 했다. [사진=동물구조119 유튜브 캡처]

최근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동물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 또한 높아지고 있지만, 동물학대 건수나 수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실정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 98건에 불과했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1072건으로 10년 동안 11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올해에는 20대 남성이 고양이 50여 마리를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그 과정을 자랑하듯 오픈채팅방에 공유한 사건도 있었다. 제주도에서는 개들이 화살에 쏘이고, 산채로 파묻힌 일이 알려져 시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동물학대에는 무참히 괴롭히고 살해하는 것만 있지 않다. ‘(비인간)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이하 동변)’의 책 『동물에게 다정한 법』에 따르면 인간의 쾌락을 위해서 불필요하게 동원되고, 끝내 병과 죽음까지 겪게 되는 동물들도 적지 않다. 그것도 법과 제도의 울타리 안에서. 저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고통받고 있는지 전해준다.

책에 실린 대표적인 동물학대 사례 중에는 ‘산천어 축제’가 있다. 매년 겨울이 되면 강원도 화천군에서 산천어 축제가 열린다. 방문객들은 얼음낚시, 수상 낚시, 루어 낚시, 맨손 잡기, 밤 낚시 등을 하면서 축제를 즐긴다. 이곳은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성공적인 지역 축제로 인정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가진 새로운 문화유산’, ‘세계 4대 겨울 축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축제’ 등의 호평을 받을 정도다.

그런데 우리는 이 축제에서 산천어가 어떻게 고통받는지 주목하지 않는다. 매년 1월이 되면 200톤의 산천어가 축제에 동원되는데, 사실 산천어는 영서 지역의 화천군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어류다. 본래 수온이 섭씨 20도를 넘지 않는 강원도 영동 지역에 서식하다가 놀잇감이 되기 위해 축제가 벌어지는 화천군으로 강제로 옮겨진다.

사는 곳만 바뀌어도 산천어는 큰 스트레스를 받는데, 방문객들의 미끼를 바로 물 수 있게 축제가 끝날 때까지 굶어야 한다. 축제에서 운 좋게 살아남았더라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더러는 횟감이나 어묵으로 사용되고, 그 중에서도 살아남은 일부는 수온이 맞지 않는 곳에서 방치돼 더위 속에서 죽어간다. 저자들은 “최대 200톤의 산천어가 한 달도 안 돼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몰살’되는 것”이라며 “이것이 산천어 축제의 민낯”이라고 비판한다.

혹자는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다른 물고기들은 잘 먹으면서 산천어 축제만 비판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지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들은 “인간이 어쩔 수 없이 다른 종을 희생시켜야 할 경우엔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죽음은 최대한 신속히, 고통을 덜 느끼는 방법으로 이르게 해야 한다”며 그것이 생명 존중 정신에 부합하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런데 축제에 동원된 산천어는 인간의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고통을 겪고, 더욱이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어 가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덧붙인다.

다가오는 산천어 축제는 내년 1월 7일 개막해 2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잠정 중단됐다가 3년만에 다시 열린다. 외국인 관광객도 유치하고자 노력한다는데, 의미심장한 점이 하나 있다. 해외에서는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에 수생 생물도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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