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사 연구자이자 칼럼니스트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새로운 인문에세이집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사회평론)를 펴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공부란 무엇인가』,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등의 저서를 펴내며 인간 삶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져 온 저자는 이번에는 ‘인생의 허무’에 관한 사유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그간 허무와 더불어 사는 삶을 주제로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글을 「적벽부」의 흐름에 맞춰 재구성했다. 「적벽부」는 소식(소동파)이 유배 시절 양쯔강을 유람하면서 지은 글로, 적벽대전을 회상하며 장구한 자연과 달리 짧고 덧없는 인생을 깨닫고 시름을 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생의 허무는 비단 소식뿐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오래 전부터 고민해 온 인류 보편의 문제다. 저자는 시와 소설 등 문학 작품과 그림,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생의 허무를 앞서 고민한 이들의 사유를 포착하고, 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한다.
저자는 “인생은 허무하다”고 직설한다. 허무는 인간 영혼이 있는 한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피 냄새 같은 것이라면서도, “인간이 영혼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듯이, 인간은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고 선언한다. 특유의 유머와 해학, 통찰이 가득한 문장은 독자들로 하여금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인생의 허무와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생이 허무하다 느끼는 모든 이의 생각을 대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해골과 함께하는 중세의 ‘죽음의 춤’을, 윌리엄 모리스가 주장하는 예술을 통한 구원을, 권태를 견디는 시시포스의 반복된 노동을, 장자의 슬픔을 극복하는 관점 전환을 이야기하며 평소 생각지 못한 새로운 사유의 길로 이끄는 책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