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가 9.11 테러 예측에 실패한 진짜 이유
CIA가 9.11 테러 예측에 실패한 진짜 이유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0.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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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는 기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예고된 비극이었다.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은 ‘이슬람을 탄압하는 자’를 파괴하고 싶다며 미국에 공개적으로 전쟁을 선포하는 등 테러에 대한 징후들을 속속 보였지만, 미 당국은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았다. 당시 공항 역시 어떤 경보나 위협을 들은 바 없었기 때문에 납치범들을 순순히 비행기에 태웠다. 결국, 미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미국으로 향하는 미사일이 되었고, 미국 시민들에게 유사 이래 가장 끔찍한 기억을 안겼다.

사건 이후 CIA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오사마 빈 라덴, 알카에다, 항공기 납치 방법 등 사건의 주요 인물과 범행 수단이 전혀 새로운 정보가 아니었는데도, 어째서 이를 막지 못했냐는 질책이 CIA에게 쏟아졌다. 주지하다시피 미 첩보기구인 CIA는 세계에서 가장 영리한 인재들로 구성된 유능한 집단이지만, 이 사건을 통해 CIA는 ‘알면서도 못 막은’ 무능한 집단이 돼버렸다.

그들의 실패 요인은 예상 외로 간단했다. CIA가 9.11테러를 막지 못한 것은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얕잡아 봤기 때문이다. CIA가 보기에 이들은 “비현대적이고 무지한 오합지졸”로, 테러를 감행할 수 있을만한 깜냥을 갖고 있지 않은 자들이었다. CIA는 동굴에 살면서 허름한 옷을 입고 지내는 빈 라덴과 그의 수하들을 원시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후진적인 사람들로 치부했다.

하지만 당시 무슬림들은 알카에다가 무시무시한 조직임을 알고 있었다. 서구의 관점에서 허름한 옷은 남루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슬람 전통에서는 선지자의 거룩한 모습으로 여겨진다. 또한 동굴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경전 ‘쿠란’을 봤다고 알려진 장소로, 그 문화 안에서는 매우 신성한 장소로 받아들여진다. 즉, 빈 라덴은 반미 감정과 이슬람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테러에 활용하기 위해 이같은 이미지를 치밀하게 활용한 전략가였다.

그런데 이런 상징적인 신호를 파악해야 하는 CIA에는 이슬람 문화에 정통한 사람이 없었으며, 대부분 ‘백인, 중산층, 기독교’ 문화에서 성장해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온 인물들로만 구성됐다. 빈 라덴과 알카에다에 대한 정보는 갖고 있었지만, 긴급성과 위험성을 똑바로 판단하지 못했다. 만약, CIA 내에 이슬람계 인재가 있었다면 9.11 테러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당시 CIA는 유능한 인재들의 집단이었지만, 다양성이 결여된 맹목 상태에 빠진 조직이었다.

책 『다이버시티 파워』의 저자 매슈 사이드는 CIA의 첩보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다양성이 결여된 채, 오로지 능력주의만을 추구하는 집단지성은 ‘집단 맹목’을 낳을 뿐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이 책에서 여러 사례와 연구 자료, 인터뷰 등을 통해 ‘다양성’이 갖고 있는 실제적인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머리 속에는 “다양성을 포기해야 탁월함이 확보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하는 가치라고 모두들 동의하지만, 이를 막상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주류 사회에서 소수자의 존재와 그들을 보호하는 조치는 집단의 성장과 경쟁력 확보에 저해되는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여성‧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소수자가 젊은 비장애인 남성만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아래 다양성은 ‘불편한 양보 혹은 배려’로만 여겨진다.

하지만 저자는 ‘다양성’이야말로 집단의 성장을 담보하는 가치라고 말한다. 인류 문명의 성장사는 그가 드는 대표적인 예다. 그는 “다양한 통찰을 한데 모으고 세대 내와 세대들에 걸쳐 연결하며 반항적인 아이디어들을 재결합함으로써 인류는 상당히 놀랄 만한 혁신을 창조했다”며 인류의 성공 비결을 다양성에 대한 존중에서 찾는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CIA가 9.11 사건을 겪은 뒤 어떻게 변했는지 전한다. 9.11 이후 CIA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자 무슬림이었던 야야 파누지를 채용했다. 알카에다에 맞서 싸우는 부서에 배치받은 파누지는 곧바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례로 그는 젊은 무슬림들이 극단적인 세력에 합류하도록 선동하는 안와르 아울라끼를 분석했고, CIA는 2011년 합동 특수작전을 벌여 그를 공격해 미리 위험 요인을 제거한 성과를 올렸다. 미국의 주류 문화가 아닌 소수자 문화, 개신교가 아닌 이슬람 문화에 익숙했던 파누지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사례였다.

저자는 파누지에게 “다양성을 갖춘 후보자를 채용하면 CIA의 질을 희석할 위험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채용망을 확장하면 인재 풀도 넓어집니다. 그렇게 하면 뛰어나면서 다양성도 갖춘 사람을 채용할 기회가 생겨요. 그리고 이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지죠. 소수집단 출신의 일류 인재들을 더 많이 채용하면 이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지원할 용기를 주며 인재 풀을 더욱 늘립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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