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언리시’는 개나 맹수의 줄을 푼다는 뜻인데, 이 책에서는 무언가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해방한다는 의미로 썼다. 가능성과 잠재력은 흔히 ‘계발’한다고 하지 줄을 풀어 ‘해방’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능성과 잠재력은 새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부정적이고 편견 어린 시선에 꽁꽁 묶여 있어 자유로이 쓰지 못했을 뿐이다.
가능성과 잠재력은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있다.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재발견하고 재정의하는 것이 바로 언리시다. 또한 언리시는 내게 없는 것을 새로 만들거나 갖추려 하는 대신 이미 가진 것을 다시 해체하고 재결합하는 일, 그리하여 아무도 보지 못한 가치와 가능성을 새로이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6쪽>
누군가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나라고 그런 생각을 안 해봤겠어?” 또는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 식으로 대꾸하는 사람을 간혹 본다.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의도임은 알겠다. 그러나 내가 실패한 아이디어니까 너도 분명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아집이자 독선이다. 누군가가 도전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는 이런 생각을 통찰력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반면 언리시할 줄 아는 사람은 같은 아이디어라도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시기와 주체가 달라지면 결과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안다. 가능성 유무를 성급히 재단하지 않고 어서 도전해보라고 등을 떠밀며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한번 상상해보라. 이런 사람이 리더, 교사, 부모, 동료일 때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리고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나 자신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38~39쪽>
잠재력을 계발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분이 다 빠진 수박과 시들시들한 겉잎을 다시 싱싱하게 되돌리려면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니 수분이 빠졌으면 빠진 대로, 시들하면 시들한 대로 그 특성을 살려서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요리하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말하는 잠재력과 가능성은 결코 강점, 장점과 동의어가 아니다. 잠재력과 가능성은 강점과 장점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지닌 모든 것에 있다. 따라서 환경, 도구, 정보, 재료 등을 강점과 약점, 장점과 단점으로 함부로 재단하지 말고 그저 ‘특성’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66쪽>
“제 퍼포먼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가끔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팀원분이 있다. 이런 질문은 더 성장하고 싶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대개는 기한 내에 맡은 일을 다 끝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안도하는데, 누군가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일을 통해 성장하려 한다. 자신에게 더 큰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음을, 더 성장할 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
내가 긍정과 낙관을 이토록 강조하는 것은 언리시에 이 두 가지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리시란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시선으로 이미 내재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하는 일이다. 따라서 가능성과 잠재력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89쪽>
2012년, 한국계 미국인 김용이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얼마 후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 같은 사람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라며 겸손해했다. ·…·… 헤드헌터 기업에서 일하는 지인이 들려준 후일담인데, 선임 이후 한 만찬 자리에서 김용과 마주친 오바마는 “면접 당시에 매우 놀랐다. 지금까지 만난 수많은 지원자의 답변 가운데 가장 절묘한 수였다”라면서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내 환경이 핸디캡일지 아닐지는 전적으로 관점에 달렸다. 김용 전 총재의 사례만 해도 ‘은행’이라는 글자에 주목하면 의료인 출신이라는 것이 핸디캡이겠지만, 그 기구의 소임이 최빈국의 빈곤 퇴치와 경제 개발에 있다는 점을 주목하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131~132쪽>
[정리=전진호 기자]
『언리시』
조용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 252쪽 | 1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