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더 나은 하루를 살기 위한 50일 고전 읽기
[책 속 명문장] 더 나은 하루를 살기 위한 50일 고전 읽기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2.10.12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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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호랑이처럼 힘이 세도 호랑이의 무늬를 가지지 않으면 호랑이가 아니고, 표범처럼 사나워도 표범의 무늬가 없으면 표범이라고 할 수 없다. 호랑이는 호랑이의 무늬로 호랑이라는 것을 알리지 스스로 호랑이라고 말해서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시간 안에 어떤 유의미한 일을 했느냐도 중요하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것으로 나를 꾸미는 순간 내가 부지런한 사람이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바탕이 생겼다.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호랑이와 표범의 가죽 무늬처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나 자신에게 강력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부지런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더 이상 설득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17쪽>

《주역》에는 “지혜를 높고 원대히 하되 하늘처럼 하며, 실천은 땅과 같이 비근한 데로부터 시작된다(지숭예비 숭효천 비법지知崇禮卑 崇效天 卑法地)”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하고자 할 때 바로 다가서려 하면 오히려 다가서기 어렵다. 나에게 필사는 그물을 짜며 준비하는 비근한 발걸음이었다. 당장 바다로 나가서 물고기를 잡을 수는 없지만, 나는 필사를 하면서 내 위치에서 내 속도에 맞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비루한 지식을 얻은 것에 불과할지라도, 그 과정을 통해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고, 새로운 것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24쪽>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 모든 방향이 꽉 막힌 진퇴양난의 상황에서도 머물 곳을 찾아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사람을 자포자기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만든다. 삶이 내 의지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 더욱 강한 의지를 가지게 되고, 부득이함에 나를 맡기는 순간 순응보다는 돌파하려는 욕구가 더욱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장자의 “거의 다 온 것”이라는 말은 의지를 최소화하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득이함 속에서 최소한의 의지는 더 이상 미약하고 보잘것없지 않다. 많은 것을 포기하더라도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생기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나약한 의지로만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70~71쪽>

[정리=전진호 기자]

『어른의 새벽』
우승희 지음 | 청림출판 펴냄 | 32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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