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노벨상 강국, 그 이름은 ‘000’
알고보니 노벨상 강국, 그 이름은 ‘000’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0.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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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마티아스 교회

노벨상은 매년 10월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벤트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출신지에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많이 거론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노벨상을 받았던 수상자 혹은 후보자들의 국적을 살펴보면 “이렇게 천재들이 많았던 나라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선 나라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나라는 바로 ‘헝가리’다. 지금까지 1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헝가리 출신 망명자나 이민자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노벨상 수상자 수를 인구 대비로 따지면 13~14위 수준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지난해 메신저리보핵신(mRNA) 계열 백신 연구의 선구자인 카탈린 카리코가 과학 부문에서 후보자로 거론됐으며, 올해에는 묵시록 문학을 대표하는 러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 소설가가 문학상 후보로 올랐다. 아쉽게도 2004년을 끝으로 더이상의 수상자를 배출하진 못했지만, 그 전까지 주기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탄생시켰던 작지만 강한 나라다.

헝가리가 이렇게 의외의 성과를 낸 것은 ‘헝가리 현상(The Hungarian Phenomenon)’ 덕분이다. 학계에서는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 인재가 집중적으로 나타난 현상’을 헝가리 현상이라고 부른다. 1880년부터 1920년까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천재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이 줄줄이 태어났는데, 현대 컴퓨터 이론을 만든 존 폰 노이만, 각각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오 실라르드와 에드워드 텔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때 태어나 교육받은 이들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7명. 추가적으로 노벨상 이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울프상 수상자도 2명이 있다.

책 『슬로싱킹』의 저자 황농문 서울대 교수는 헝가리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난도 높은 문제를 스스로 깊이 생각해 해결하게 하는 교육에 있었다”고 본다. 대표적인 사례가 당시 헝가리 학생들 가운데 유행했던 ‘외트뵈시 경시대회’와 ‘쾨말’이라는 수학 저널이다. 외트뵈시 경시대회는 오픈 북 시험의 일종으로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많은 정답을 맞히느냐가 아니라 문제 풀이 과정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논리적이냐를 기준으로 1등을 선발했다.

또한 당시 인기 잡지였던 수학지 ‘쾨말’에는 난도가 다른 6~8개의 수학 문제가 실렸는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문제 풀이에 매달려 답을 찾는 재미에 빠진 학생들이 매달 출간을 애타게 기다렸다고 한다. 이 잡지를 출간한 수학 교사 라츠 라즐로는 자신의 학생들에게 문제를 주어 도전의식과 창의성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제자이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유진 위그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60년이 흐른 뒤에도 선생의 사진을 사무실 벽에 걸어놓을 정도로 존경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황 교수는 이 책에서 “헝가리 현상은 창의성 교육과 관련한 대단히 중요한 교육 실험이자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며 “답이 명확한 미지의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생각해 풀어내는 학습이 곧 창의성 속성 교육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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