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교수 “내년 트렌드는 평균 실종… 1명 아닌 0.1명의 고객 노려야”
김난도 교수 “내년 트렌드는 평균 실종… 1명 아닌 0.1명의 고객 노려야”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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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위기에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는 타성이 문제다”. 다가오는 2023년을 앞두고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던진 한 줄 진단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함께 올해로 15년째 연말마다 내년 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펴내 오고 있다.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3』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토끼의 해인 내년에는 ‘교활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 놓는다’는 사자성어 ‘교토삼굴(狡兎三窟)’ 속 토끼와 같은 지혜로 더 높이 도약하길 바란다”며 2023년의 키워드로 ‘래빗 점프(Rabbit Jump)’를 제시했다. 경기가 어려운 때일수록 트렌드를 민감하게 읽고, 다양한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위기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열쇠가 될 내년의 소비 트렌드는 무엇일까.

5일 『트렌드 코리아 2023』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강연하는 김난도 교수 [사진=미래의창]

가장 핵심적인 트렌드는 ‘평균 실종’이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점점 ‘평균’이 의미 없어지고 있다며 그 이유로 세 가지 변화를 들었다. 첫째, 중간이 사라지는 ‘양극화’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과 고금리에 대한 예측으로 격화되고 있는 경제적 양극화는 물론이고 학습 수준, 정치 등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둘째, 다양하게 퍼지는 ‘n극화’다. 초개인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소비자의 니즈 역시 극단적으로 다양해졌음을 뜻한다. 셋째, 하나로 쏠리는 ‘단극화’다.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며 모두를 한곳으로 끌어당기는 것과 같은 상황을 말한다. 그는 “이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더 뾰족해져야 한다”며 과거 기업들이 다수의 소비자, 평균적인 소비자를 위한 톤앤매너를 지향했다면, 이제는 나만의 ‘뾰족한’ 타깃에 맞춤한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경기라고 해서 사람들이 무조건 지갑을 닫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선택과 집중’ 형태의 전략적인 소비가 이루어진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내가 진짜 사고 싶은 물건은 얼마를 지불하더라도 구매하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극단적으로 절약하는” 소비 형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트렌드인 ‘뉴디맨드(New Demand) 전략’은 이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을 뜻한다. 김 교수는 특히 소비자를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세분화하는 ‘마이크로 세그먼테이션(Micro-segmentation)’ 전략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소비자를 상정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특정 상황에 처한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 전략의 성공 사례로는 촉각으로 시간을 알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시계, 지역별 기후에 따라 재질과 형태를 달리한 우산 등이 있다. 더불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최적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요구하기 전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제적 대응기술’도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했다.

Z세대의 후속 세대이자 진정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알파세대’(2010년생~2024년생)의 등장도 소비 문화를 변화시킬 주요 트렌드로 꼽혔다. 알파세대는 현재 13세 이하로, 아직 자체적인 구매력은 미비하지만 저출생의 영향으로 가정 내에서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 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전교 1등, ‘엄친아’와 같은 타이틀이 중요했다면, 알파세대는 개인의 개성을 중시한다”며 “틱톡의 성공도 그런 시각에서 본다”고 말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SNS 알고리즘은 이미 팔로워를 많이 보유한 ‘셀러브리티’에게 유리한 반면, 틱톡은 재미있는 콘텐츠만 있으면 구독자가 별로 없어도 주목받을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모두가 셀러브리티’라고 생각하는 알파세대 특유의 정서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그는 직장 문화가 빅뱅을 연상케 할 만큼 폭발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상인 ‘오피스 빅뱅(Office Big Bang)’, 불경기에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일컫는 ‘체리슈머(Cherry-sumers)’, 인위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만남을 꺼려 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다층적인 인간관계를 뜻하는 ‘인덱스 관계(Index Relationships)’, 현실 도피적 ‘오타쿠’와 달리 행복한 ‘과몰입’을 통해 세상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디깅모멘텀(Digging Momentum)’, 가상공간이 떠오르는 시대에도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공간력’, 어린 시절의 향수를 찾아다니며 젊게 살고자 하는 ‘네버랜드 신드롬’ 등을 내년 트렌드로 꼽았다. 각각의 트렌드에 대한 보다 자세한 분석은 『트렌드 코리아 2023』(미래의창)에서 만날 수 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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