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버려지는 건 자연의 이치?
늙으면 버려지는 건 자연의 이치?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0.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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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마냥 외롭기만 한가. ‘외로움’은 노년을 생각할 때 쉽게 떠올리는 정서 중 하나다. 과거 노인은 인생의 선배로서 나름의 큰 권위를 가졌으나, 지금은 모시기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것이 통상이다. 누구도 찾지 않는 현대의 노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인생의 가장 쓸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는 자연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일까. 어떤 사람들은 약육강식의 원리로 살아가는 동물의 왕국에서 쇠약한 늙은 동물은 무리에서 쉽게 도태되며, 젊은 동물들에게 지위를 내어주고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앤 이니스 대그의 책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에 따르면 이는 잘못된 편견이다. 저자는 “진화적 관점에서는 늙어서 식량을 축내기보다 차라리 죽는 편이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며 “하지만 동물이 늙어서도 살아가는 것을 보면 무언가 진화적 이유가 있음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늙은 동물들이 무리 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흥미로운 사례가 다수 제시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코끼리다. 나이든 코끼리는 무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과거에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떠올린다. 가뭄이 닥치면 늙은 코끼리 가모장(家母長)은 40년 전에 갔던 수원지로 무리를 이끌고 가서 모래를 퍼내 물을 찾는 방법을 어린 코끼리에게 전수한다. 또한 인간이 코끼리를 도살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우면 무리가 이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게 하는 것도 이들이 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늙은 동물이 어린 동물에게 경험을 전수하는 것은 사회적 삶의 고갱이”라고 전한다.

늙은 수컷 개코원숭이는 겉보기에는 뒷방 늙은이 같지만, 사실은 지도자에 가깝다. 무리가 그날의 일정을 시작할 준비가 되면 젊고 활기찬 수컷 한 마리가 한 방향으로 행진하는데, 뒤에 있는 늙은 수컷은 특정한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무리를 따르기도 하고 따르지 않기도 한다. 만약 늙은 수컷이 따라가지 않으면, 젊은 수컷 지도자는 자신이 가는 방향이 늙은 수컷이 생각하는 방향과 맞는지 확인한다. 늙은 수컷은 암컷과 새끼를 거느린 지도자에 비해 가진 건 없으나 맨 뒤에서 방향을 정하는 실세 노릇을 한다.

한편, 늙은 동물들 가운데서도 자신의 성적 매력을 발산하며 살아가는 동물이 많다. 화해할 때 악수 대신 섹스를 한다는 보노보뿐만 아니라 침팬지, 돌고래, 사자, 미어캣 등도 늙었지만 활발한 성적 행동을 보여준다. 흔히 나이들면 생식력이 감퇴하며 성욕도 잃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늙은 동물들도 욕정으로 가득차 있다. 저자는 영국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수컷은 발정기의 젊은 암컷보다 발정기의 늙은 암컷에게 우선적으로 접근한다”고 밝힌다. 동물은 젊음과 성적 매력을 비례관계로 놓는 인간과는 다른 성(性)관념을 갖고 있다.

책에 나타난 늙은 동물들의 사례는 인간의 ‘늙음’을 대하는 태도와 상반된다. ‘늙음’을 ‘쓸모없음’ 혹은 ‘쓸쓸함’과 연관시키는 것은 자연의 본성이 아니라 사회적 관습의 결과이다. 즉, 노인을 기력없는 자로 묘사하는 건 진실이 아니라 편견일 뿐이다.

이 책을 국역한 노승영 번역가는 “현대사회에서 노인의 경험과 지혜가 무용지물처럼 보이는 것은 노인의 참여가 철저히 차단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며 “우리가 노인을 대하는 태도는 얼마 뒤에 다음 세대가 우리를 대할 태도다. 지금의 노인이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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