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고의 출판 마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고의 출판 마케터’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9.30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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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여름휴가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사진=청와대]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습니다.” 올해 대선 기간,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협회 건물에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출판 시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대통령이 독서와 출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시켜 주길 바란다는 간절한 호소였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심상정 등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질의를 받아 각자 ‘인생 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들의 추천 도서는 서로 다른 정치 철학이 뚜렷하게 드러나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인생 책’으로 꼽았던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는 뜨거운 관심을 받아 약 20년 만에 재출간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인의 책 추천은 정치적 메시지를 우회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해당 도서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요즘 서점가에는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정치인’이 있다. 바로 지난 5월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애독가로 소문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도 많은 책을 추천하고,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문프셀러(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한 베스트셀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던 인물이다. 임기를 마치고 고향인 경남 양산으로 돌아간 그는 서점가에서만큼은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추천하는 책의 양도 압도적이다. 5개월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무려 9권의 책을 추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언급한 책들

퇴임 후 그가 공식적으로 추천한 책은 『짱깨주의의 탄생』, 『한 컷 한국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지정학의 힘』, 『시민의 한국사』, 『하얼빈』, 『쇳밥일지』, 『지극히 사적인 네팔』,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까지 총 9권이다. 정치‧사회부터 역사, 과학, 소설‧에세이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지난해 출간돼 ‘따뜻한 과학책’으로 인기를 끌었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처럼 이미 베스트셀러였던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6개월 이내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이 책들은 향후 판매의 운명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출간 초기에 ‘문프셀러’ 덕을 톡톡히 봤다. 이밖에 『실크로드 세계사』,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의 책도 그의 SNS에서 언급되며 관심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책의 핵심을 짚는 추천사는 ‘문재인표 책 추천’의 또 다른 특징이다. 지난달 출간된 『쇳밥일지』는 지방 청년 용접노동자의 삶을 담아낸 에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쇳밥일지』를 “한숨과 희망이 교차하는 청년 용접공의 힘겨운 삶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진짜 들어야 할 이 시대 청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으로 소개했다. 광복절을 앞두고 추천한 김훈의 장편소설 『하얼빈』에 대해서는 “하얼빈역을 향해 마주 달려가는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여정을 대비시키면서, 단지 권총 한 자루와 백 루블의 여비로 세계사적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섰던 한국 청년 안중근의 치열한 정신을 부각시켰다”고 평했다.

출판계에서는 농담 삼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올해 최고의 출판 마케터’라고 부른다. 그의 SNS에 새로운 책 추천이 올라오면 해당 책 출판사에 “계 탔다”며 축하를 건네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친필 편지와 함께 책을 보내는 것을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고려하기도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추천했던 책 중 하나인 『옛 그림으로 본 서울』을 펴낸 출판사 동네산책은 지난 17일 SNS를 통해 “대통령님 추천의 영향력은 책 한 권으로 끝나지 않았다. 추천해 주신 덕분에 받은 큰 관심, 그 힘으로 1인 출판사로서는 만들기 어려운 책을 계속해서 만들 수 있었다”며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다. 혹자는 퇴임 후 자연으로 돌아가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책 추천을 통해 국민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 가는 모습을 두고 앞뒤가 다르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출판계는 지속적으로 독서의 모범을 보이며, 묻힐 수도 있는 좋은 책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정치인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반응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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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2-10-04 11:51:00
잊혀진 삶은 은둔 생활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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