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동네책방이 커피를 팔지 않는 이유
브루클린 동네책방이 커피를 팔지 않는 이유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9.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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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이 힘들다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며 특히 운영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그 전에도 이미 온라인 대형서점이 장악해 버린 출판 유통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많은 동네책방이 살아남기 위해 커피를 팔기도 하고, 굿즈 판매에 열을 올리고, 경쟁적으로 행사와 세미나 등을 열며 생존 전략을 강구한다. 책 판매 수익보다는 음료 판매나 각종 행사 등으로 벌어들인 부수입으로 연명하는 동네책방이 대다수다.

그런 현실을 알고 있기에, 최근 출간된 책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정은문고)라는 책 제목은 흥미롭다. 동네책방의 메카로 불리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번역가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평소 즐겨 찾던 책방 주인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본질인 책 판매에만 집중하면서도 길게는 50년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 온 동네책방들의 비결을 분석했다. 시대적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책방들의 전략은 조금씩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동네’에 자리한 책방이자 ‘동네’ 사람들의 책방으로서 무시 못 할 존재감을 구축했다는 것. 물론 그 중심에는 커피 같은 부수적인 요소가 아닌 ‘책’이 있었다.

저자가 살고 있는 윈저 테라스의 작은 책방 ‘테라스 북스’는 저자와 아이가 작정하고 찾기보다는 일상적으로, “마트에 가려다 약국에 가려다 슬쩍 들르던 곳”이다. 대단한 특색 없는 책방이지만, 단골인 주민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특정 손님이 좋아할 만한 책이 나오면 직접 연락해 알려 주기까지 한다. 아이들이 많은 동네 특성에 맞춰 주말마다 아동 독서 프로그램 ‘스토리타임’을 진행하고, 근처 학교 수업을 위해 선뜻 공간을 내어 주기도 한다.

조용한 주택가인 파크 슬로프에 위치한 ‘파워하우스 온 에잇스’는 유명 작가나 인기 작가가 아닌, 동네 작가를 중심으로 하는 행사가 1년 내내 열리는 곳이다. 철저히 동네 사람들의 취향에 맞춘 책들을 구비한 이 책방은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또 다른 책방 ‘센터 포 픽션’은 젊은 작가들에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해 주며, 신예 작가를 발굴해 알리는 데 주력한다.

개성 있는 로컬 상점들이 어우러진 동네, 코블 힐의 대표적인 책방 ‘북스 아 매직’은 코로나가 터졌을 때 오히려 나눔을 실천했다. 없는 수익을 쪼개 출판 산업을 위해 기부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책과 편지, 선물을 나눠줬다. 이밖에도 책을 빌려 주는 서가를 마련해 두고, SNS 라이브를 통해 책을 추천하며 다정한 이웃으로서 주민들과 소통한다. 덕분에 코로나로 문을 닫은 기간에도 온라인 주문이 폭주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처럼 “지역사회와 사람을 향한 눈에 보이지 않는 투자야말로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이 계속 책방을 찾는 이유”라고 말한다.

책을 매개로 한 이웃과의 관계, 대형 서점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신인 작가의 책이나 독립출판물, 그리고 내 취향에 꼭 들어맞는 책들까지, 온갖 우연한 만남이 기다리는 친숙한 장소. 저자가 들려주는 브루클린의 동네책방 이야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동네책방의 이상이 담겨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그런 공간을 꿈꾸고, 또 실제로 만들어 가는 작지만 단단한 동네책방들이 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저마다 고군분투하는 한국의 수많은 동네책방이 살아나려면 결국 지역사회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브루클린의 동네책방이 부럽다면, 오늘은 가까운 동네책방에 들러 인사하며 책 한 권 사 보는 건 어떨까.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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