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이동형 매장, 월세 돌려주는 레지던스… ‘공간혁명’의 시작
루이비통 이동형 매장, 월세 돌려주는 레지던스… ‘공간혁명’의 시작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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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인해 삶의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하며 집이 곧 일터가 되는 경험을 했고, 대형마트는 온라인 쇼핑을 위한 배송 창고로, 하루 종일 직원들로 북적이던 사무실은 한순간에 공실이 되는 과정을 겪었다. 다수의 언택트 서비스가 가상공간에서도 얼마든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물리적 공간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기에 이르렀다. 책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의 저자 정희선은 이같은 변화를 ‘공간 혁명’이라고 일컬으며, “공간의 정의가 무너지고 그 역할이 바뀜에 따라 우리의 생활 양식도 새롭게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책은 기업들에게 “공간의 변화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단언한다. 공간의 변화는 소비가 이뤄지는 장소도 바꿨는데, 이는 산업의 지형에 크나큰 변혁을 추동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앞으로는 새롭게 바뀌는 세상에 적응하는 기업들은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점점 존속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변화된 공간의 의미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업무‧주거‧상업 등 세 가지 분야로 나눠 살핀다.

먼저, 업무 공간의 변화다. ‘재택근무’는 코로나가 만든 업무 공간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형 근무 모델’이 새로운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이란 언제 어디서나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방식을 말하는데, 직원 각자가 그날그날의 업무 특성에 맞춰 재택근무나 오피스 근무, 위성 오피스 근무 중에서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근무 시간도 ‘9 to 6’의 고정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유동적으로 조정 가능하다.

직원 각자의 근무 방식이 수시로 달라지는 만큼 기존과는 다른 근무 일정과 근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시프티’는 이 틈을 노리고 근무 일정 관리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다. 특히 시프티는 근태 관리와 인력 관리를 통합해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SK네트웍스, 롯데쇼핑 등 15만 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주거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거 구독 서비스’의 출현이다. 일본 최초의 주거 구독 서비스인 아도레스(ADDress)는 이용자가 월 4만 엔(약 40만 원, 동반 1인 포함)을 내면 아도레스의 전국 200개 숙박 시설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해준다. 저자는 “사업 초기에는 프리랜서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 개인 사업가가 주로 서비스를 이용했으나, 코로나 확산 후 직장인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한다.

또한 도쿄에는 ‘외박하면 월세를 깎아주는 아파트’가 있다. 바로 ‘리렌트 레지던스 시부야(월세가 200만 원으로 적은 금액은 아니다)’로 외박하기 3일 전에 전용 앱에서 외박을 신청하면 1박당 6천 엔(약 6만원)의 월세를 할인해준다. 최대 외박일 수는 15일인데, 이 경우 약 9만 엔(9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거주자가 집을 비울 경우 빈방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줘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의 일부를 거주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이용자들은 전국 곳곳에 자신의 거처를 마련할 수 있다. 원격 근무가 일상이 된 사람들, 자주 워케이션을 떠나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할 상품이다.

한편,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등 상업 시설은 ‘이동형 매장’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팬데믹 시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줄자 ‘그들이 있는 곳으로 우리가 간다’는 역발상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루이비통은 2020년부터 이듬해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과 뉴욕 등에서 이동형 트레일러를 운영하며 고객들을 만났다. 고객이 부르면 의류, 신발, 가방 등 고객의 취향에 따른 상품을 모아서 방문하는 방식이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간대에 따라 장소를 이동하며 효율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

루이비통같은 대형 브랜드를 예로 들었지만, 이동형 매장은 작은 기업들도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는 분야이다. 저자는 “곧바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만큼 자본이 풍부하지 않은 신생 브랜드 또한 이동형 매장을 홍보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외 책에는 코로나가 촉발한 공간의 변화 사례를 서술하고 있다. 이들을 아우르는 공간 변화의 핵심은 ‘분산’이다. 저자는 “일하는 공간이 분산되면서 주거지가 분산되고, 이에 따라 상업 시설 또한 작아지고 분산되고 있다”며 “결국은 공간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많은 활동이 수렴하는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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