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소통 전문가 배정아 “책 육아, 엄마부터 행복해야죠”
그림책 소통 전문가 배정아 “책 육아, 엄마부터 행복해야죠”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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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기 자녀를 둔 보호자, 특히 엄마들 사이에서 책 육아는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얼마 전 『그림책 소통 육아』(한국경제신문i)를 출간한 그림책 소통 전문가 배정아씨는 “출간 이후 이렇게 바빠질 줄 몰랐다”고 말한다. 그의 책에서는 실제 경험을 통한 생생한 책 육아 노하우는 물론, 아이와 엄마의 마음을 함께 돌보는 책 육아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책 육아에 관한 책은 많지만, 엄마에게까지 초점을 맞추는 책은 흔치 않다.

지난달 20일, 방학을 맞은 ‘현직 교사 맘’ 배정아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사진=최현식 PD]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16년차 교사로 현재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4년간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고, 그 매력에 빠져 그림책 소통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림책 테라피스트 겸 그림책 큐레이터로서 활동하고 있고,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아이랑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이도 변하고, 나 또한 내면이 많이 바뀌더라. 그 변화를 다른 분들에게도 알리고 싶어 책을 썼다.”

Q. 말이 느렸던 아이가 ‘엄마표 책 육아’를 통해 또래보다 앞선 언어 발달 수준을 갖게 되었다고 들었다. 아이의 말문을 틔울 방법으로 ‘독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아이에게 언어 자극을 주는 프로그램은 많다. 교구, 영상, 학습지 등등.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이랑 일과 중에 틈틈이, 꾸준히 즐길 수가 없더라. 독서는 책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지 않나. 육아를 하다 보면 체력이나 시간이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 그래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독서를 선택했다. 엄청난 결의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고, 그저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다행히 좋아했고, 나도 읽어 주는 게 좋아서 둘 다 그림책에 빠진 거다. 처음 몇 달간은 정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아이가 읽어 달라고 할 때마다 계속 읽어 주고…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

Q. 아이의 변화나 성장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

“일단 언어가 눈에 띄게 바뀌었다. 남편이 일이 바빠 사실상 아이와 단둘이 지내는 시간이 길었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가 말을 배울 기회가 적었다. 그리고 내가 너무 힘이 드니까 말이 안 나와서 아이와 거의 정적이 흐르는 상태로 지내기도 했다. 그러니까 당연히 말이 늦어졌고. 그런데 그림책을 많이 읽게 되고 나서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아동 발달 검사를 했더니 언어 발달이 또래보다 2년 이상 앞서게 나오더라. 두 돌 때까지 문장도 제대로 얘기 못 하고, 어디서나 말이 늦다고 걱정을 듣던 아이다. 몇 개월간의 독서만으로 일어난 변화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아이가 책을 통해 말을 흡수한 건 확실하다. 책에서 접한 단어나 표현을 그대로 배워서 생활에서도 활용하곤 한다. 단기간에 예상한 것보다 훨씬 뛰어난 언어 발달을 이뤘다.

또, 책을 읽다 보니 다른 부분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신기한 게 사회성도 독서를 통해서 발달이 된다. 코로나도 있었고 해서 어린이집도 안 다니고, 다른 사회적 교류가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도 아이가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다른 사람한테 어떻게 하면 좋다는 걸 다 배우고 체화하더라. 나중에 공부하면서 알았는데, 실제로 사람과 교류하지 않더라도 독서가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덕분에 아이는 길가에서 울고 있는 친구를 발견하면 먼저 다가가 등을 토닥여 주고, 도서관에서 어린 동생을 만나면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겨 가며 그 내용을 설명해 주는 따뜻한 감성을 지닌 아이로 자라나고 있다.”

Q. 단순히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아닌 책을 매개로 한 아이와의 소통에 방점을 둔 책 내용이 인상 깊었다. ‘책 대화’란 무엇인가.

“남편은 책을 읽는다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 주다가 아이가 중간에 딴 짓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면 붙잡기도 한다. 사실 이게 보통의 생각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그런데 꼭 그렇게 책을 읽어야만 내용을 이해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유아기 시절에는 책 속 주제 하나, 단어나 어떤 소재 하나라도 그걸 가지고 아이와 얘기를 충분히 하는 게 더 독서의 효과가 있다. 그래야 아이도 자신만의 생각을 가져갈 수 있고, 엄마도 훨씬 부담이 덜하다.

많은 부모들이 독서라고 하면 책에 있는 텍스트를 줄줄 읽어 줘서 그 지식을 아이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주려고 노력한다거나, 아이가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자꾸 확인하려고 한다. 하지만 독서는 아이에게 텍스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책을 매개로 대화하며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끌어내도록 도와주는 활동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또는 기분이 어땠을지 이야기해 보기, 뒷이야기 상상하기, 다른 결말 지어 보기, 그림을 보고 주인공의 대사 유추해 보기 등 다양한 책 대화를 해 볼 수 있다. 핵심은 아이가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연습한 아이는 학교에 입학해서도, 성인이 되어서도 언제 어디서든 자기 생각과 감정을 또렷이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Q. 흔히 아이의 편독은 편식처럼 고쳐 주어야 할 습관으로 여기는데, ‘편독을 허용하라’고 권하는 것이 독특하다.

“보통 3~5세 정도까지 아이들의 편독은 용인되지만, 그 이상 나이가 되고 초등학교에 올라가면 다양한 책을 읽히려고 노력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정해진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독서는 문화 활동이고, 당연히 아이의 취향과 기호가 반영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꼭 이것도 읽고 저 영역도 읽고 해야 된다는 건 엄마의 고정관념이고 욕심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계속 호기심의 대상이 바뀐다. 특정 분야의 책만 파다가 어느 순간 되면 싹 관심에서 벗어나고, 또 다른 거에 꽂히고… 그런 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독서의 영역이 넓어지는 거다. 처음에 그렇게 딱 꽂히는 게 없으면 아이들이 독서에 재미를 붙이기도 쉽지 않다. ‘무조건 편독이 좋다’ 이런 건 아니지만 아이가 처음 책에 흥미를 붙일 때 편독을 지나치게 경계하면 오히려 아이가 독서 자체에 흥미를 가질 수 없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사실 엄마가 걱정할 정도로 아이들이 오랜 기간 특정한 책만 읽지는 않는다. 분명 변해 가는데 엄마가 그 순간을 못 참는 거다. 조금 더 여유롭게 지켜봐 주면 아이도 자기 나이에 따라 계속 발전을 해 나간다.”

Q. 책 육아를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책 육아를 하다 보면 눈길이 막 돌아간다. ‘저 집은 무슨 책을 읽지’, ‘저 아이는 책을 얼마나 읽을까’, ‘우리 애는 아직 이거 읽는데 저걸 읽네’ 이런 식으로. 욕심이 생기니까 자꾸만 비교를 하게 된다. 내 아이가 기준이 되는 게 아니라 딴 아이가 기준이 되는 거다. 엄마가 즐겁지 않으면 아이들도 다 눈치를 챈다. 나도 다 경험해 본 일이다. 오늘 읽을 분량, 꼭 읽어야 할 책 같은 걸 혼자서 기준을 다 정해 놓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스트레스 받기만 하고. 그래서 그냥 딱 내려놨다. 하루에 책을 얼마나 읽어 줬나, 이 책은 읽었나 이런 것보다 아이가 좋아하는지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느슨하게 아이를 쫓아간다는 느낌으로 임하니 책 읽는 시간이 훨씬 즐거워졌고, 아이도 좋아했다.”

Q. 책 육아를 하는 보호자들은 SNS 등에서 독후 활동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곤 한다. “독후 활동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은 SNS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썼는데, ‘SNS용 독후 활동’의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요즘 ‘#책육아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할 만큼 엄마들이 사이에서 독서를 활용한 SNS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엄마들과 연대를 만들고 꾸준히 책 육아를 이어갈 에너지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과시하기 위해,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책 육아 SNS를 운영하다 보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나는 그래서 SNS 게시글을 보면 활동 내용이 아닌 아이의 표정을 유심히 본다. 표정을 보면 아이가 진짜로 즐기고 있는지, 아니면 엄마가 하라니까 하는 건지 다 보인다.

예전에는 나도 SNS용 독후 활동을 열심히 했었다. 힘을 들여 화려하게 세팅을 하고, 정작 아이가 즐겁게 놀아도 사진을 찍어야 하니 그 순간을 보지 못했다. 아이가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이렇게 해 봐, 저렇게 해 봐 하며 디렉션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화를 냈다. 사진을 찍으려고 독후 활동 재료였던 병뚜껑을 다 내 쪽으로 가져왔는데, 마음대로 못 놀아서 화가 났던 거다. 내가 SNS를 하는 이유를 돌아보니 엄마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 과시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지만, 하다 보니 주객전도가 되면서 원래 생각했던 책 육아와는 점점 멀어졌다. 활동을 할 때, 엄마가 옆에서 칭찬해 주고 반응해 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데 사진에 집착하다 보면 그걸 다 놓친다. 이제는 독후 활동을 예전만큼 화려하게 준비하지 않는다. 소박하고 별 거 아닌 활동도 아이만 즐거우면 된다. 사진도 ‘인증샷’ 한 장 정도 찍지, 과정을 전부 남기지 않는다. 아이가 하는 놀이를 보다 보면 아이를 디테일하게 이해하게 되고, 아이의 말과 행동이 변하는 게 보인다. 그건 엄마만 아는 것이다. 그런 작은 성장과 변화를 발견하는 데서 오는 기쁨을 충분히 누렸으면 한다.”

Q. 보호자의 시간과 노력은 책 육아의 필수 요소다. 책 육아를 위해 살림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려고 노력했다는 내용이 독특한데.

“책에는 자세히 쓰지 않았지만, 아이 키우면서 우울감이 심하게 왔었다. 그걸 그림책으로 이겨냈기 때문에 그림책 테라피의 힘을 엄마들에게 전하고 있다. 처음에는 육아든 살림이든 내 손으로 모든 걸 다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남편한테도 안 맡기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병이 나더라.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 오래 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에게도 사실 그 스트레스가 다 간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바꾸려고 되게 많이 노력을 했다. 엄마가 먼저 여유를 갖고 나서 책도 읽어 주고, 그 순서가 맞는 것 같다. 나는 반대로 했었지만. (웃음) 지금은 나한테 할애를 많이 하려고 한다. 책을 내고 나서 어떤 분이 후기에 “육아서에서 이런 내용을 다루는 건 처음 봤다”고 써 주셨다. 일부러 살림에 관한 이야기를 넣었다.

엄마들이 책을 읽어 주다 보면 시간도 없고, 몸이 너무 힘들다. 책 육아를 하면서 살림도 똑같이 하려면 결국은 한계가 오고, 그럼 보통 책을 포기한다. 내가 사용한 방법은 살림과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내야겠다는 부담감을 어느 정도 내려놓는 것이었다. 매일 청소기를 돌리고 끼니마다 설거지하고 틈틈이 집안을 치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엄마 역시 여유로운 마음과 충분한 체력으로 아이와 함께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똑같은 일도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예를 들면 설거지를 하면서 싱크대 청소를 같이 하고, 아이와 욕실에서 물감 놀이를 하면서 욕실 청소도 하는 식이다. 다른 사람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웬만하면 가족의 도움을 받되, 정 어려울 때는 한 번씩 도우미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용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여건이 될 때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책 육아를 하고 나서 교사 생활에 달라진 점, 혹은 반대로 교사 생활로 느낀 바를 책 육아에 반영한 경험이 있나.

“예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아이랑 책을 읽다가 올해 3월에 복직을 해 보니 요새 학생들이 미디어에 빠져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정말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 길이가 조금이라도 긴 글은 읽으려 하지 않고 읽어도 그 뜻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안내문이 나가도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줄글이 아니라 단어로 요약해서 전달해 줘야 한다. 글 읽기와 이해는 모든 일의 기본인데, 미디어 중독으로 인해 그런 것들이 다 무너졌다는 걸 크게 느꼈다. 그래서 내 아이한테는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하고, 밥 먹을 때 영상을 틀어 준다거나 하는 습관을 처음부터 안 들이고 있다. 아이가 모르는 게 있으면 인터넷보다는 책을 찾아서 보여준다.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다. 아이에겐 평생의 습관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다섯 살 아이와 영상을 하루에 어느 정도만 보기로 약속을 했다. 억지로 강제하지 않아도 아이가 받아들인다. 스마트폰이나 미디어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는 시대고, 나도 아직 과정 위에 있지만, 아이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절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Q. 책 육아를 하며 그림책에 빠져 엄마로서 육아와 일상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림책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우선 그림책은 아이와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아이와 할 말도 별로 없어진다. 책을 읽으면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상황이 나오고, 그 상황에서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게 된다. 실제로 여기저기를 다니는 것도 좋지만, 한계가 있지 않나.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쌓으며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 또, 그림책은 엄마에게도 위로를 준다. 아이 키우는 일이 너무 외롭고 고단한데도 엄마들은 힘들다는 얘기를 잘 못한다. 내가 엄마인데, 엄마가 아이 키우는 거 힘들다고 얘기하는 걸 남들이 어떻게 볼까, 혹은 내가 엄마니까 이 정도는 견뎌야 돼, 이런 생각들 때문이다. 아이가 엄마를 위로해 줄 수도 없는 일이고, 남편한테조차 털어놓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그림책으로 혼자 자가 치유를 했다. 그림책은 30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분량이지만, 우리가 인생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이 함축적으로 들어 있다. 어떤 고민이 있을 때 관련된 주제가 담긴 그림책을 그냥 읽기만 해도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기고, 생각 정리가 되는 효과가 있다. 그 시간을 갖는 것과 안 갖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사실 엄마들이 아이 키우느라 바빠서 대부분은 일상에 쫓겨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경우가 많다. 나에 대해,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내 감정이 어떤 상태인가를 돌볼 겨를이 없는 거다. 바쁜 와중에 책 한 권 읽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데, 그림책은 짧고 텍스트가 많지 않으니 부담감이 덜하다. 그림이 주는 힘도 무척 크다. 엄마들 대상으로 그림책 테라피 모임을 하면, 늘 아이와 가족만 챙기지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그림책은 엄마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위로의 시간이다.”

Q. 책 육아를 하는 엄마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만한 그림책을 한 권 추천해 준다면.

“주변에도 많이 추천하곤 하는데, 『사랑은 널 자라게 해』(시공주니어)라는 책이다. 태양과 아기 나무가 만나 함께 즐겁게 추억을 쌓아 가던 중, 갑자기 세찬 비가 내리면서 태양이 녹아내려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을 때, 아기 나무는 노란 태양빛을 머금은 커다란 나무로 자라난다. 보이지 않더라도 부모의 사랑이 아이를 자라게 한다는 이야기다. 바쁜 엄마들에게 책 육아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새로운 책을 골라 책장에 꽂아 두는 일, 매일 책을 읽어 주며 대화를 나누는 일… 엄마의 몸과 마음이 지칠 때는 이 모든 것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과 수고는 그대로 아이에게 녹아들고 스며든다. 엄마 눈에 다 보이지 않아도 아이는 조금씩 자라고, 그러다 언젠가 빛나는 순간을 맞이한다. 육아로 힘들고 지칠 때,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노란 나무의 모습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

[사진=최현식 PD]

Q. 이번 책의 수익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독서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전액 기부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됐나.

“아이가 성장하려면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는 물론이고 지적인 욕구도 함께 채워져야 한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할 줄 아는 눈을 키워 간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적인 요인으로 독서를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 무엇보다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인세가 어느 정도 주기마다 정산이 되면, 그 돈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적은 액수라면 조금 더 보태서라도 아이들한테 책을 많이 읽을 기회를 주고 싶다. 처음부터 이 책을 가지고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별로 없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떼어서 할애하는 거다. 또 기본적으로 교사 일을 하면서 생계유지가 되고 있으니 그 돈을 더 벌어서 쓰는 것보다는 내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목적이 컸다.”

Q. 그림책 소통 전문가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 나갈 예정인가.

“오는 9월부터 마들렌플러스와 함께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 큐레이션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매달 특정한 주제를 정해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 그림책 꾸러미를 소개하고, 해당 책으로 즐기면 좋을 책 대화 및 책 놀이 등의 정보를 함께 제공해 드리려고 한다. 매번 아이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 줄지 고민인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 육아를 어떻게 해야 좋다는 이야기는 시중에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육아서를 읽다 보면 오히려 부담과 반감이 들기도 한다. ‘엄마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이한테만 맞추려고 해 균형이 어긋나면 책 육아도 오래 가지 못한다. 아이의 독서도 좋지만 엄마의 마음과 정신도 챙기면서 갔으면 좋겠다. 또, 엄마에게도 독서가 꼭 필요하다. 책을 읽는 엄마는 스스로 중심이 잡힌다. 육아에 있어 명확한 기준과 가치관이 생기고, 심리적 여유가 생기면서 책 육아를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하루에 몇 페이지만이라도 꾸준히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처음에 시작하기가 어렵지, 한번 책을 읽고 그 효과를 느껴 본 사람은 책을 놓지는 않는다. 엄마의 독서가 책 육아와 훌륭한 시너지를 낼 것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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