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예술인협회는 2022년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자로 설미희 시인이 선정됐다고 1일 밝혔다.
구상솟대문학상은 장애 문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이다.
심사는 맹문재 시인(안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유자효 시인(구상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이승하 시인(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이 맡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맹문재 교수는 “설미희 시인의 시 쓰기는 단순한 취미나 재능의 표현이 아니라 생을 영위하고자 하는 절박한 바람이면서 구체적인 행동이기에 폐부를 찌른다”고 평했다.
설미희(1965년생·뇌병변 장애) 시인은 “수상 소식을 듣고 한동안 시간이 멈춰 버렸다. 고된 삶을 버티며 여기까지 오게 한 문학이란 벗이 참으로 좋다”고 기쁨을 표했다. 설 시인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2009년 소설로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필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설 시인에게는 상패와 상금 300만원이 수여되며, 수상작은 <E美지>와 <솟대평론>에 소개된다.
2022년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작은 아래와 같다.
친밀한 타인
-설미희
눈을 떴다
온 우주에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몸만 둥둥 떠 있다
유일하게 감각이 살아 있는
이 잔인한 귀도 눈을 뜬다
지금은
남의 손이 아니면
소변조차도 뽑아낼 수 없는 몸뚱아리
알람 소리에
감정 없는 기계적인 메마른 손길이
아랫도리에 관을 꽂는다
바우처 카드 720시간
늙은 여자가
친절하게 바코드를 찍는다
연명을 위해
얼마의 돈이 필요해서
소변 줄을 꽂아 주고 있을까
집 안 가득
소변 줄을 타고
아직 살아 있다는
존재의 냄새가 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