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 ‘땀’, 사실은 ‘인류 보배’
여름철 불청객 ‘땀’, 사실은 ‘인류 보배’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7.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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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사람들을 이루 말할 수 없이 찝찝하게 만드는 것, 바로 땀이다. 한여름 무더위 아래 땀은 우리의 몸과 옷을 흠뻑 적셔버려 놓는 것도 모자라 시큼한 체취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땀이 가장 많이 나는 겨드랑이의 체취는 가히 무기에 가깝다. 물론 땀이 몸 속 노폐물과 열을 배출하는 긍정적 역할을 담당하고, 흔히 ‘노력의 상징’으로 칭송되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 땀을 흘리는 건 아무래도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책 『땀의 과학』의 저자 사라 에버츠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땀을 흘리는 경험이 마냥 불쾌한 것만은 아니다. 단순히 땀이 분비되고 증발되면 우리 몸이 시원해진다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저자는 이보다 더 나아가 땀의 냉각 기능이 인류의 생존과 문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밝혀낸다.

책에 따르면 인류는 다른 동물들보다 무척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을 갖췄다. 인간은 땀을 체온 유지 도구로 사용하는 얼마 안 되는 동물이다. 침팬지나 오랑우탄 등 우리의 사촌 격 되는 영장류들도 땀을 흘리지만, ‘땀 흘리기’가 몸을 냉각하기 위한 주요 기능은 아니다. ‘벌거숭이’인 인간과 달리 전신에 털을 두르고 있는 이들은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헐떡거리면서 자신의 체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헐떡거림마저도 동물이 스스로 행동해야 하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열이 발생하며 땀 흘리기만큼 효과를 볼 수는 없다.

영장류 외 다른 동물들의 체온 유지 방법을 살펴보면 인간이 땀을 흘리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알 수 있다. 꿀벌은 체열을 식히기 위해 구토를 하고는 내용물을 몸에 바르며, 물개는 지느러미에 오줌을 눈 다음 이를 증발시켜 체온을 낮춘다. 심지어 거대한 맹금류인 콘도르는 자기 다리에 똥을 싸서 체온을 조절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땀 흘리는 재주가 없었더라면 전 세계 곳곳의 지하철은 훨씬 불쾌한 장소가 됐을 것”이라며 “땀이 없었을 경우를 생각하면 땀 흘리는 능력은 차라리 축복”이라고 덧붙인다.

한편, 땀이 흐른 뒤 나는 체취는 인류에게 불쾌함만 건네준 것이 아니다. 그보다 인류는 체취를 통해 서로를 연결하며 살아왔다. 인간에게는 ‘냄새 지문(odor print)’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몸에서 흘러나오는 개인 특유의 화학물질 혼합물이다. 냄새 지문을 형성하는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땀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후각에 의지해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의 체취를 익힌다”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사랑하는 사람의 냄새를 맡는 행동은 평생 지속된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신생아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지만, 여성 네 명의 모유 패드를 아기 침대의 네 구석에 올려놓으면 자기를 낳은 엄마의 체취를 향해 움직인다. 2년 넘게 보지 못하거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는 성인 형제들도 형제의 독특한 냄새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체취를 잘 기억한다고 한다. 이렇듯 땀은 우리도 모르게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표시하는 기능을 해왔던 것이다.

저자는 “땀을 흘리는 것은 우리 몸이 본래의 목적인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일 뿐”이라며 “원한다면 체취제거제나 땀억제제를 사용해도 좋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우리 모두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땀을 흘리면서 살아봐도 좋겠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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