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버려도 러시아가 지키는 푸틴, 이유는?
모두가 버려도 러시아가 지키는 푸틴, 이유는?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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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도 한창이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정권에 대해 외교적인 비판과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푸틴의 체제가 곧 막을 내릴 것이라 예측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기한 건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의 햐야를 그다지 바라지 않는다는 것. 러시아에서 태어나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벨랴코프 일리야의 책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에 따르면 러시아인에게는 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일리야는 한국에 지내면서 “왜 러시아 사람들은 ‘독재자’ 푸틴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독재자란 무엇인가”라고 되묻는다. 러시아를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와 대비해서 보면 독재자가 지배하는 나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러시아인은 일상 생활 속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정치적인 탄압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과거의 러시아 정부를 생각하면 지금 푸틴의 시대가 훨씬 낫다고 여긴다.

대체 그들에게 어떤 과거가 있었던 것일까. 때는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통령은 보리스 옐친으로, 소련이 붕괴되기 전부터 러시아 국민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 임기가 지날수록 건강이 악화됐는데 그러면서도 술독에 빠져 헤어 나올 줄 몰랐다. 한번은 옐친이 어느 지역의 예술 단체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희한한 소리를 내면서 악기 연주자와 어색하게 춤을 추기도 했다. 러시아 국민들이 자국 대통령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이었다.

1999년 옐친은 국가안보국 국장이었던 푸틴에게 국무총리직을 맡겼다. 일리야는 “늙은 데다 항상 술에 취한 말투로 사고만 치고 다니는 옐친 대통령에 비해 푸틴은 정반대 지도자였다. 소련 시절 정보기관 KGB 출신답게 호리호리하고 말쑥한 외모, 단호한 언행을 자랑했다”며 “옐친 대통령과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인물이 나아보였다”고 전한다. 이후 푸틴은 2000년 3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정치인 푸틴은 러시아의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호감을 샀다. 그는 체첸과의 전쟁을 끝냈으며, 사람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신흥 재벌 집단 ‘올리가르히’를 제거했다. 2000년대 들어 세계적인 호황과 유가 폭등으로 에너지 강국인 러시아가 이득을 취하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푸틴이 집권한 시대에 금융‧건설‧부동산 등 전반적인 경제분야에서 발전을 이뤘고 국민들의 삶의 수준은 크게 증진됐다. 2007년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는 연설을 하면서 푸틴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강한 지도자라는 명성도 얻었다.

물론, 그 이후 푸틴의 신뢰도는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로 반민주적인 행보 때문이었다. 자신의 대통령 3회 연임이 불가능하자 자신의 친구를 잠깐 대통령에 앉혀놓고 다시 출마했으며, 러시아 곳곳에서는 푸틴에게 유리한 결과를 내놓는 부정행위와 투표 결과 조작이 있었다.

그럼에도 푸틴의 지지는 굳건하다. 저자는 ‘정치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회의감’과 ‘푸틴의 이미지’를 주요 원인으로 꼬집는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인은 투표를 해도 조작할 테고, 대통령을 바꾼다한들 푸틴보다 못한 대통령이 집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러시아 문화에서 이상적인 지도자는 완전한 권력을 갖고 있는 ‘차르’나 나라의 ‘아버지’같은 모습으로, 푸틴은 바로 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킨 나라다. SNS를 통해서 정치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러시아인은 독재를 방치하는 사람들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일리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러시아인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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