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불완전한 몸, 받아들여야 행복해진다
[책 속 명문장] 불완전한 몸, 받아들여야 행복해진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7.08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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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개그맨 이주일은 ‘못생겨서 죄송하다’고 했다. 20세기에는 그러면 못생김을 좀 봐줬던 것 같다. 요즘엔 못생기면 ‘핵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토할 정도로 혐오스럽다는 거다. 이상하지 않나? 잘못한 게 없는데 왜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그런데 ‘혐오’ 앞에 붙는 말들을 떠올려보면 대개 그렇다. 유색인,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그리고 동물들(개새끼, 닭대가리, 돼지새끼…). 이들의 공통점은 악한 존재가 아니라 상대적 약자라는 거다. 모두 똥 싸고 땀 흘리고 죽을 존재인데 자기 안에서 지우고 싶은 것들을 타자에게 덮어씌운다. <10쪽>

혐오의 대상을 구별하는 핵심은 몸이다. 몸이 차별의 근거가 된다. 혐오는 이분법을 타고 흐른다. 남성/여성, 문명/야만, 장애/비장애, 젊음/늙음…. 이분법에는 위계가 있고 혐오는 은유를 타고 확장된다. 젊음은 혁신의 은유, 남자답다는 용기의 은유, 아름다움은 선함의 은유가 된다. 은유에는 논리가 없고 설명이 필요 없다. 스며들 뿐이다. 맞서 싸우기 힘들다. 그래서 몸의 차이를 근거로 차별하면 쉽게 오래 착취할 수 있다. 착취당하는 사람 스스로 자신을 혐오하게 되니까. <10~11쪽>

노년을 다룬 책들을 읽어보면, 행복곡선은 저점을 찍고 천천히 다시 오르며 U자를 그리는데 이때 필요한 것 하나는 자기통합이다. 자신의 밝음과 어둠, 직선과 곡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건 불완전한 타인을 끌어안을 준비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면 행복곡선의 바닥을 찍고 나서 ‘생산’의 몸에서 ‘공감’의 몸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84~85쪽>

[정리=김혜경 기자]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292쪽 | 1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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