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서점가… ‘팬덤 정치’, ‘한류’ 돋보였다
상반기 서점가… ‘팬덤 정치’, ‘한류’ 돋보였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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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교보문고와 예스24가 각각 올해 상반기(1~5월) 베스트셀러 결산 자료를 발표했다. 양대 서점의 베스트셀러 분석이 일치하는 지점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이슈를 돌아봤다.

우선, 굵직한 선거가 연이어 치러지며 정치 관련 도서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특히 정치인을 소재로 한 도서는 예년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정 인물을 지지하는 책이 나오면 반대 성향을 띤 책이 곧이어 출간되는 식이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정치인 소재 도서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배 증가하면서 정치사회 분야 전체의 신장을 이끌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주요 정치 인물의 말이나 가치관을 따르는 독자층의 유입이 지목됐다. 떠오르는 ‘팬덤 정치’의 영향력이 서점가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중심에는 대선 관련 정치인들이 있었다. 핵심 인물은(호칭 생략) ▲1월 박근혜, 이재명(『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굿바이, 이재명』) ▲2월 윤석열(『윤석열 X파일』) ▲3‧4월 조국(『가불 선진국』) ▲5월 문재인(『문재인의 위로』) 등이었다. 화제성 있는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운 책이 경쟁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흐름은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에서 열린 보수‧극우 단체 집회가 윤석열 대통령 사저에서 ‘맞불’, ‘맞맞불’ 집회로 번지는 상황과도 닮아 있다. 정치인 소재 도서의 주요 독자층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나타났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부상하면서 색다른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장편소설 『파친코』(문학사상)는 국내에서 2017년 출간됐지만, 글로벌 OTT 매체인 애플TV+를 통해 드라마화되면서 ‘역주행’의 신화를 썼다. 또한, 드라마가 끝나면 그 허전함을 달랠 길 없던 예전과 달리 대본집 등 관련 도서의 출간도 활발해졌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 스틸컷

상반기의 화제작 <시맨틱 에러>는 대본집의 인기에 힘입어 포토에세이로도 출간돼 독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한편, 『시맨틱 에러 포토에세이』의 책임편집자가 출판사 오렌지디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모회사인 리디에 대한 불매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오렌지디는 지난달 20일 입장문을 통해 “사실 관계를 철저히 재조사하고 당사자와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한류 열풍은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에서도 나타났다. 양대 서점의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는 장기화된 코로나 시국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이었다. 이외에도 김영하 작가가 9년 만에 낸 신작 장편소설 『작별인사』 등 다수의 한국 소설이 종합 베스트셀러를 장악했다. 이를 두고 예스24는 ‘K소설 르네상스’라고 평했고, 교보문고는 올해 상반기 한국 소설의 판매량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 부커상 시상식에 참석한 정보라 작가(왼쪽)와 안톤 허 번역가 [사진=그린북에이전시]

한국 소설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그 독창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4월 초 『아몬드』의 손원평 작가가 장편소설 『서른의 반격』으로 제19회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에 올랐고,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가 한국 장르문학으로는 처음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우리 소설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다. 매년 10월 노벨문학상 수상 시기를 앞두고 우리나라 작가가 수상이 예측되는 작가 명단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다음 신드롬을 일으킬 ‘K소설’은 어떤 작품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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