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자유’ 둘러싼 18년간의 싸움… 승자는
‘시장의 자유’ 둘러싼 18년간의 싸움… 승자는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6.2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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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발표한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회나 언급했다. 이때의 ‘자유’란 신자유주의에서 말하는 자유로 풀이된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기업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시각을 기반으로 한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꼽은 『선택할 자유』의 저자 밀턴 프리드먼도 신자유주의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시카고학파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한편 프리드먼에게는 평생에 걸친 사상적 숙적이 있었으니, 바로 케인스학파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이다. 시카고학파가 시장의 자유를 중시한다면, 케인스학파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프리드먼과 새뮤얼슨은 동시대를 살았지만, 살면서 겪은 가장 큰 사건인 대공황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해석해 사상을 발전시켰다.

책 『새뮤얼슨 vs 프리드먼』은 이 경제학의 두 거장이 1966년부터 <뉴스위크>지에 번갈아 칼럼을 기고하며 벌였던 시장의 자유에 대한 논쟁을 다루고 있다. 무려 18년 동안이나 이어진 세기의 대결은 당시 언론계에서 엄청난 이슈가 되었으며, 이후 대중이 경제를 이해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새뮤얼슨은 젊은 시절 시카고대학에서 공부했지만, 1930년대 대공황 상황에서도 ‘정부가 사람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의견을 고수한 시카고학파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끼고 시카고를 떠나 학업을 이어갔다. 새뮤얼슨은 이후 두 학파의 이론을 융합해 경제가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까울 때는 경제 운영을 시장에 맡기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정부가 적절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신고전학파 종합’ 이론을 확립한 인물이다. 

반면 프리드먼은 대공황이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연방 정부의 일원인 연준이 무책임한 결정을 내려서 발생했다”며 대공황 이후 루스벨트 정부가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펼친 대부분의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의 어설픈 손길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경제 체제가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더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보장해 준다고 주장했으며, 정부가 돈을 빌려 경제에 공급할 경우 잠시 ‘가짜 번영’을 누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진정한 발전을 저해한다고 봤다.

1960년대까지 미국에서는 새뮤얼슨을 필두로 한 케인스학파가 뉴딜 정책 등 혁신적인 처방으로 대공황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제학의 주류로 자리하고 있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이후에는 프리드먼의 이론이 주목받았지만, 2000년대 금융 위기 당시 연방 정부가 조언을 구한 쪽은 케인스학파였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을 겪으며 자유 시장은 멈춰 섰고, 연방 정부는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릴 수 없었다. 

책은 새뮤얼슨과 프리드먼 중 누구 한 명을 명쾌한 승자로 결론 내리지 않지만, 재난 상황에 한해서는 케인스학파의 손을 들어 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시장에서 정부의 입김을 지우고자 했던 프리드먼의 바람을 완전히 무너뜨렸다”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큰 정부의 필요성을 증명했을 뿐 아니라, 정부가 어려울 때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최종 대출 기관이자, 수천만 명의 실업자를 빈곤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임을 보여 주었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루스벨트 대통령의 시장 개입 정책 대부분을 비판했던 프리드먼도 개인적으로는 뉴딜 정책의 수혜자였으며, 본인도 이 점을 인정했다.

저자는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고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을 하기 전에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지, 외부 효과 등으로 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는 요소들이 없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20세기 후반을 뒤흔든 새뮤얼슨과 프리드먼의 경제학 논쟁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의미한 쟁점을 담고 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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