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문해력, ‘책’ 말고 ‘폰’으로 교육하자
초등 문해력, ‘책’ 말고 ‘폰’으로 교육하자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6.1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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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교육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생들이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이해하거나 ‘고지식하다’는 말을 ‘지식이 높다(高)’는 뜻으로 알아듣는 등 웃지 못할 의사소통 해프닝도 늘었다. 요즘 학생들은 어휘력 부족은 물론이고, 짧은 지문도 잘 이해하지 못해 학습에 난항을 겪는다. 지난해 4월 조선일보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 교사 1,152명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70점대라고 답한 교사가 37.9%로 가장 많았으며 60점대라는 응답도 35.1%에 달했다. 

특히 초등학교는 기초 문해력을 쌓는 중요한 시기다. 이때 기초 문해력을 다져 놓지 않으면 학창시절 내내 학습의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초등 자녀 학부모들은 독서 교육에 관심이 많고, 문해력을 키워 준다는 어휘 문제집을 찾기도 한다. 그런데 책 『공대 아빠와 함께하는 디지털 문해력 수업』에서는 무작정 책을 읽히거나, 어휘를 외우게 하는 것만으로는 문해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진짜’ 문해력 향상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저자는 ‘금일’이나 ‘고지식하다’와 같은 몇몇 단어를 모르는 것 자체는 우리의 생각만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휘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해서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이 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아이들의 독서량은 부모 세대와 비교했을 때 결코 적지 않으며, 영상을 통해 얻는 어휘량도 상당하다. 책에 따르면, 진짜 문제는 특정 단어를 모르는 게 아니라 낯선 단어를 만나도 찾아보지 않고 넘기는 습관에 있다.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문화로 인해 아이들이 어른과의 대화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도 문제다. 쉽고 간결한 것이 대세인 디지털 시대에는 소통을 위해 애써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거나 말과 글을 길게 할 필요가 없으므로, 아이들끼리 사용하는 어휘는 갈수록 빈약해진다. 저자는 아이들이 어른과의 대화는 재미가 없고 가르치기만 한다고 생각해 어른과의 소통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사회 전반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배우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문해력 향상을 위해 가정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물론 독서도 중요하고, 한자 등 글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어휘를 익히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아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단어를 배우고,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찾아보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기기를 다양하게 활용하자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색다른 지점이다. 흔히 사람들은 디지털 기기를 문해력의 적으로 생각하곤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설문조사에서도 교사들이 꼽은 학생 문해력 하락 원인(중복 응답) 1위는 ‘유튜브 등 영상 매체에 익숙해져서’(73.0%)였다. 저자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로 문해력을 지도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 그러나 지금은 디지털 기기 활용도 능력”이라며, 디지털 기기 사용을 무조건 막는 대신 잘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자고 말한다.

저자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가족 SNS 만들기’, ‘스마트렌즈 활용하기’, ‘사진으로 글자 만들기’, ‘애니메이션과 책 비교하며 읽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가족 SNS를 운영하면 아이와의 언어적 소통이 늘어난다. 저자는 아이들과 공원에 나가 풀과 꽃을 스마트렌즈로 찍어 검색해 보고, 그 내용을 수첩에 기록하며 놀게 한다고 한다. 사진으로 글자 만들기는 주변 사물에서 자음과 모음을 찾아 특정한 단어를 완성하는 활동이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아이는 능동적인 학습 습관을 형성하고, 어휘와 책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해외에서는 마야 문명에 심취한 15살 소년이 지도 앱인 ‘구글 어스’로 마야 유적지를 발견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왜 마야인들의 도시가 강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 있는지 의문을 품고, 그 위치가 마야인들이 숭배하던 별자리와 연관이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워 별자리 지도를 구글 어스로 대조한 것이다. 문해력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의 문해력을 키우고 싶다면, 책을 강권하기보다 손에 들고 있는 디지털 기기를 잘 활용하는 방법부터 알려주자.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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