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작가가 말하는 ‘작가로 사는 법’
‘토르’ 작가가 말하는 ‘작가로 사는 법’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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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텍스트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재생산될 수 있는 ‘슈퍼 IP(지식재산권)’로 각광받게 되면서다. 과거와 달리 등단 제도나 출판사의 승인 없이도 누구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다는 것도 한몫한다.

영화 ‘토르: 천둥의 신’ 스틸컷
영화 ‘토르: 천둥의 신’ 스틸컷

하지만 “관건은 작가 되기가 아니라 작가로 살아가기다”(할란 엘리슨). <토르: 천둥의 신> 작가로 유명한 J. 마이클 스트라진스키는 책 『스트라진스키의 장르문학 작가로 살기』를 통해 작가로 살아오며 겪은 어려움과 자신만의 극복 방법을 소개한다.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약 40년간 왕성하게 활동해 온 작가가 초보 작가에서 지속 가능한 작가 생활을 고민하는 작가까지, 다양한 단계에 서 있는 작가들에게 건네는 생생한 조언을 함께 들어 보자.

좋은 글을 쓰려면 일단 시작해야 한다. 스트라진스키가 생각하는 좋은 글쓰기란, 작가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종이에 옮겨 적는 것에서 시작된다. SF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는 젊은 시절, 자신의 출판 에이전트에게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어떤 문장으로 옮겨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에이전트는 말했다. “아이작 씨, ‘아침이 되어 해가 밝았다’라는 문장을 헤밍웨이라면 어떻게 쓸 것 같아요? (…) ‘아침이 되어 해가 밝았다.’ 그냥 말하듯이. 그게 다예요.” 일단 ‘말하듯이’ 써내려간 다음 생각하라는 것. 단순명료한 말이지만, “어떤 작가들은 (…) 깨우치기까지 수십 년을 허비”하는 부분이다.

시작했다면, 반드시 끝을 봐야 한다. 책은 초보 작가들에게, 지금 붙들고 있는 ‘그 글’을 무조건 끝내라고 조언한다. 그가 보기에, 작품을 끝내지 못하고 내내 작업만 하는 작가는 두 부류다. 작가 대접만 받고 싶거나, 평가 공포증이거나. 전자는 진지하게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겠지만, 후자는 진지하게 글쓰기 기술을 연마하는데도 매번 새로운 문제에 봉착해 영원히 작품을 끝내지 못한다. 스트라진스키는 “언젠가는 문제들을 해결해 글을 끝마쳐야 한다”며,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작가가 평가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미완인 채로 작가가 품고 있는 작품만이 세상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품으로 나의 전부를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스트라진스키는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때, 그 글이 “내 재능과 진짜 모습을 전부 쏟아 부은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고백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작품을 공개하면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덜어질 뿐 아니라 훨씬 다양한 반응을 들어 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되 일단 완결을 짓는 것이다. 원고에 ‘끝’이라고 쓰고, 작품을 통해 배운 내용을 정리한 뒤 다음 작품으로 넘어간다. 시간이 흐른 뒤 작품을 다시 읽으면 새로운 시각으로 다듬을 수 있고, 이미 다른 작품을 작업하고 있기에 평가의 타격이 덜하다. 

작품을 잘 쓸 수 있게 되었다면, 장기적인 생존도 고민해야 한다. 스트라진스키는 ‘삼각의자’ 전략을 제시한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여러 갈래로 나누어, 세 다리 중 하나가 삐걱거릴 때에도 나머지 두 다리로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스트라진스키는 초보 작가 시절부터 신문 기사, 소설, 라디오 대본 세 가지 종류의 글을 썼고, 소설 창작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후부터는 나머지 두 종류의 글에 애니메이션 대본 작업을 더해 수입을 유지했다. ‘삼각의자’ 전략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작가 생활에 최소한의 안정성을 보장해 준다.

뿐만 아니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여러 분야를 경험하면 계속해서 새로운 능력을 터득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은 어떤 업계를 가도 반짝이고 신선한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스트라진스키는 “작가의 평균 수명을 10년밖에 허락하지 않는 이 업계에서 내가 40년 가까이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전략 덕분이었다고 단언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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