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에게 듣다] 웹툰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유기 “운동도 삶도 영원한 정지는 없다”
[명사에게 듣다] 웹툰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유기 “운동도 삶도 영원한 정지는 없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6.07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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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기 위해 가는 공간이다. 다양한 운동 장비로 각자 자유롭게 운동할 수도, 트레이너에게 전문적으로 운동 자세를 배워볼 수도 있다. 하지만 헬스장에서는 얇고 간단한 옷이 제격이라 때로는 운동을 하면서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곤 하는데, 여성들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

그래서 탄생한 곳이 ‘여성전용 헬스장’. 유기 작가의 웹툰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에서는 여성전용 헬스장의 풍경이 담겼다. 웹툰에는 운동에 도전하는 초짜 ‘계나리’와 헬스장 회원들이 등장한다. 통통한 몸매의 소유자였던 계나리는 남들이 자기 몸을 보고 수근거렸던 기억 때문에 운동을 싫어했다. 하지만 (진달래짐에서는) 몸에 달라붙든, 땀에 젖든, 맨살이 드러나든, 얼굴이 빨개지든 다들 운동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관장의 말에 자신감을 얻고 운동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웹툰은 계나리의 건강해진 몸뿐만 아니라 운동을 통해 자신감과 상처도 치유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운동하면서 제 인생도 다시 일으켜 세웠죠. 코어를 단련해서 몸을 바로 세우는 것 처럼요”

이 웹툰의 주옥같은 명대사에 공감하며, 운동을 시작하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웹툰이 운동 요령을 잘 설명해서라기보다는 운동을 통해 삶을 바꿔나가는 이야기로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부터 네이버웹툰에 연재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독서신문>은 지난 26일 신사역 인근 카페에서 유기 작가를 만나 웹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웹툰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유기 작가[최현식 PD]
웹툰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유기 작가 [사진=최현식 PD]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단행본

Q.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웹툰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우선, 웹툰 독자들 외에 일반 독자들도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그리고 웹툰을 연재할 때 운동 방식을 설명하는 파트와 주인공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파트를 구분해놓은 단행본을 소장하고 싶다는 독자들이 많았는데, 이번 단행본에 따로 구분해 내놓았다. 이번 단행본이 독자들의 소망을 이뤄드릴 수 있을만큼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Q. 여성전용헬스장을 주제로 했지만, 남성 독자들도 있는 것 같다.

“사실 관심이 없을 줄 알았고 기대도 안 했다. 그런데 가끔 남성 독자들이 읽고 가셨다고 하면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다. ‘여성전용’이라는 이름에 편견을 갖지 않고 봐주셔서 감사하다. 남성 독자들은 마치 여성들이 자주 드나드는 딸기 전문점에 방문해 마카롱을 사가는 느낌이지 않을까. 여성전용이라고는 했지만, 운동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 웹툰이기 때문에 남성도 참고할 수 있다.”

Q.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은 운동 초보 계나리가 PT에 도전하는 이야기와 주변 인물들의 사연을 담았다.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작품을 구상할 때 운동 전문가들이 만든 콘텐츠는 많았지만, 초보자의 시선에서 본 콘텐츠는 적었다. 그래서 나처럼 운동 입문자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생초보의 입장에서는 운동이 문제가 아니라 헬스장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그래서 옷 입는 것부터 양말 고르는 것까지 초보자의 입장에서 스토리를 짰다.

그리고 헬스장을 오래 다니면서 겉으로는 빛나는 몸매를 가진 헬스 트레이너들도 알고 보면 마음이 여리고 각자 사정이 있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겉모습과는 다른 평범한 트레이너 선생님들의 삶을 캐릭터로 담아내고 싶었다.”

Q. 운동에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나.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과로 때문에 쓰러져 응급실까지 갔던 경험이 있다. 건강을 돌보자고 생각해 무작정 집 근처에 있는 헬스장에 등록하면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Q. 운동하기 전과 운동하고 나서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

“스트레스 해소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운동할 때는 정말 아무 생각을 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적 특성상 하루종일 앉아 있고,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까 나한테는 운동이 휴식시간이었다. 힘들긴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면, 점점 체력이 강해지는 게 느껴진다.”

[사진=본인 제공]
운동 준비하는 유기 작가 [사진=본인 제공]
[사진=본인 제공]
운동하는 유기 작가 [사진=본인 제공]

Q. ‘계나리’ ‘진달래’ ‘배지현(베지터블)’ 등 주인공 이름이 꽃과 식물에 관련돼 있는 듯 보이는데, 주인공들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

“식물이라기보다는 색깔에 맞춰서 이름을 구성했다. 계나리는 밝은 노란색, 진달래는 보랏빛 또는 분홍색으로. 배지현 같은 경우는 원래 베지테리언이라는 콘셉트로(머리의 색깔이 초록색이다), 소주영 캐릭터는 소주에서 따왔다. 그래서 처음에 그가 모자를 쓰고 나올 때 모자를 빨간색으로 칠했다. 빨간 뚜껑 소주를 연상시키도록 말이다.”

Q. 작중 나리와 달래의 동생 소래의 공통점이 웹툰의 주요 포인트다. 나리는 전 남자친구와 만나는 자리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소래는 헤어진 남자친구를 붙잡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은 비단 둘만의 공통점은 아닐 것 같다.

“다이어트는 세대 불문하고 모두의 관심사이기는 하지만, 2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다른 사람 때문에 다이어트를 결심한다는 점이다. 물론 건강이든 미용이든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정말 가치 있지만, 다른 사람 때문에 결심한 다이어트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웹툰을 보자. 계나리와 진소래(진달래의 동생) 모두 단식을 하는 등 잘못된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소래는 약물을 섭취하고 섭식장애를 겪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나리는 중간에 진달래가 끝까지 관리해주면서 자신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으로 바뀐다. 두 사례를 보여주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은 혼자만의 의지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굶고 약을 먹는 게 잘못된 길이라는 걸 누구나 다 알지만, 스스로 멈추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진달래 같이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만화가 그런 분들에게 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웹툰에는 미혼모 트레이너 ‘배지현’, 경력단절여성 ‘이미화’ 등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졌는데.

“이들에게서 미혼모와 경력단절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빼면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볼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다. 그런데 이런 키워드에 집중하게 되면 그때부터 우리의 시선은 달라지며, 편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만화 속에서도 키워드 대신 캐릭터를 먼저 보여줬다. 그러니까 이들이 주인공과 관계를 맺고 즐겁게 지내는데, 알고 보니 미혼모 또는 경단녀였다는 것을 다음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주인공들도 독자들도 ‘아 그렇구나, 뭐 어때’ 하고 자연스레 넘어갈 수 있게끔 나중에 사연을 밝히는 식으로 구성했다.”

Q. 배지현과 소주영이 여성 캐릭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독자들이 성별에 집착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였을까.

“사실 그런 의도는 아니고, 일종의 재미 요소다. 내 만화에서 자주 써먹는 트릭이라고나 할까. 전 작품에서도 그랬다. 만화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애매모호하게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려놓고 나중에 ‘언니’라는 호칭을 통해 반전을 주는 게 재미 포인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리는 캐릭터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주인공이다. 만화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우리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꽤 있잖나.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모르겠는데 알고 보니 여자였다고 밝혀지면 한번 웃고 넘어간다. 나는 그런 게 그냥 즐겁더라. 그래서 만화에서도 표현을 한 거다.”

Q. 작중 진달래는 “운동은 다이어트 때만 하는 게 아니다. 운동은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이는 작가의 깨달음에서 온 대사인가.

“이 말을 들은 계나리는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자존감이 올라가고 성취감도 느끼고, 도전 정신을 갖게 된다. 그래서 운동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로 나는 PT를 하면서 12kg을 감량해보고, 바디프로필도 찍어 봤다. 그게 나한테는 정말 큰 경험이었다. 그리고 살면서 내가 이런 ‘운동’ 관련 작품을 만들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결국, 운동이 내 삶을 바꿔놓은 셈이다. 이 대사는 그런 의미에서 나왔다.”

[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Q. ‘여성전용헬스장’이라는 콘셉트라서 악의적인 댓글을 남기고 별점 테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사실 작품 초반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전혀 예상을 못했기 때문이다. 여성 전용이니까 남자 독자들은 거의 없겠구나, 그래서 순위도 중반대면 만족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반응이어서 많이 놀랐다. 밖에 나갈 때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혹시나 사람들이 알아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 주변 사람들이 악의적이고 도를 넘은 댓글은 고소를 하라고, 댓글창을 아예 없애버리라고도 했는데, 나는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악의적인 말은 어느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 같은 창작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지와 믿음이다. 당시 페미니즘적인 발언을 했다고 저격을 당해 잘린 성우나 일러스트레이터도 있었고, 검열이나 삭제를 당한 작품들도 많았다. 그래서 나도 잘리지 않을까, 혹은 연재를 못하게 되지 않을까 큰 걱정이었는데, 네이버웹툰 측에서 격려도 많이 해주고, 원하시는 방향으로 계속 가라고 응원해줘서 버틸 수 있었다.”

Q. 웹툰 작가는 댓글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직업인 것 같다. 선배 창작자의 입장에서 후배 창작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은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처음에 너무 악플이 많으니까 볼 수가 없었다. 친구한테 건당 500원씩 보내줄테니 좋은 댓글만 캡처해서 보내줄 수 있겠냐고 아르바이트를 부탁한 적도 있다.(웃음) 물론 지금은 악플이 많이 빠지기도 했고, 상처받아도 볼 수 있는 내성이 생겼다. 콘텐츠 시장에서 댓글은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내가 상처받으니까 안 봐야지라고 하는 것은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에는 조금 힘든 전략일 것 같다.”

Q. 그렇다면 작가에게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응원이 됐던 댓글은.

“‘이 만화를 보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라는 댓글이 가장 좋다. 왜냐면 그게 내 기획이었으니까. 사람들이 이 만화를 보고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이라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최근에는 당뇨병 캐릭터(당뇨병 환자들은 저혈당에 빠질 위험이 있어 운동 강도를 높이기가 어렵다)가 나와서 힘겹게 운동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이런 내용을 그려줘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많이 봤다. 운동할 때 당뇨병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언급해주고, 그걸 몰랐던 분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돼서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오히려 더 감사한데 ‘대댓글(댓글의 댓글)’을 쓸 수 없어 아쉬웠다. 독자와 작가가 한 마음이라는 사실에 행복하다”

Q. 웹툰이 아직 연재 중인데, 앞으로의 이야기를 어떻게 펼칠 예정인가.

“결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운동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일시정지는 있지만 영원한 정지는 없다’라는 것을 결말부의 주제로 삼을 예정이다”

Q. 웹툰과 관련해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나.

“운동이나 내 만화의 주제와 크게 연관은 없지만, 수신지 작가의 『곤』을 추천하고 싶다. 낙태죄가 폐지되지 않고 여전히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그린 만화다. 여성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할지 보여주는 작품이어서 추천을 해주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웹툰을 보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남기자면.

“이번 작품을 통해 독자분들과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혼자서 외롭게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 만화가 그런 분들에게 친구가 됐으면 합니다. 이번 단행본에 부록을 고심하여 만들었는데 시간이 안 되면 그거라도 참고해서 운동을 해보시면 좋겠어요.”

[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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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선 2022-06-07 16:34:19
무게 나보다 잘치시네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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