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서점 안간힘 쓰며 버티는데… 구의회는 ‘손놓고 불구경’
지역 서점 안간힘 쓰며 버티는데… 구의회는 ‘손놓고 불구경’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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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을 쓰며 버텨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도서 유통시장은 온라인 서점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고 오프라인 지역 서점은 온라인서점보다 비싸게 책을 공급받고 있다. 이런 기형적인 도서 유통 구조와 대형 서점의 지점 확장으로 설 자리가 좁아졌다.”

지난해 9월 25년간 서울 은평구의 사랑방 노릇을 하던 불광문고가 SNS에 남긴 마지막 글이다. 불광문고가 남긴 유언처럼 요즘같은 세상에 지역 서점의 입지는 취약하기만 하다. 좀처럼 오프라인 서점을 찾지 않는 시대, 서점 혼자서 위기를 헤쳐나가기에는 힘이 부족한 현실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지역 서점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내 자치구 의회들은 ‘지역 서점 활성화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공공기관이 자료를 구매할 때 지역 서점을 우선적으로 이용하자고 제안한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20년 지자체와 교육청 소속 공공·학교도서관이 도서를 구매할 경우, 지역 서점을 먼저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공공기관이 지역 서점의 침몰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다만,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과 조례라서 지역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는다고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없다.

서울 시내 구의회 사무국의 ‘지역 서점 살리기’ 노력은 묘연하다. <독서신문>은 서울 25개 자치구에 ‘의정 참고 도서’ 구입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해당 도서의 구입처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각 구의회들이 지역 서점을 통해 도서를 구입한 건수는 1,807건으로 전체 9,525건에 비해 19%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강북‧구로‧금천‧관악‧광진‧도봉‧서초‧영등포‧용산‧중‧중랑은 지역 서점에서 구입한 내역이 없었고, 강동‧노원‧성북‧은평‧서대문은 1~2건에 불과했다. 강남‧마포‧성동‧송파‧양천의 경우 일부 도서는 지역 서점에서 구입했지만, 상당 도서는 대형 서점에서 마련했다. 한편, 동대문구는 의정 참고 도서 관련 예산이 없어 구입 내역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히 동작구와 강서구는 각각 한길서적, 신협서점과 영일서점에서 의정 참고 도서의 전부를 구입했다. 강서구 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지자체의 지역 서점 살리기 차원이었다”고 전했다.

19%. 문체부의 권고와 ‘지역 서점 우선 구매 등 지역 서점의 경영안정을 지원’하자고 명시한 조례 내용을 생각해보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수치다. 물론 구의회도 사정은 있다. 한 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독서신문>과의 통화에서 “많은 지역 서점들이 참고서 위주로 판매하고 있어 의원들이 원하는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 대형 서점에서는 의원들이 주문한 도서를 더 빨리, 그리고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의원들이 참고 도서를 빠른 시일 내에 받아보기 위한 사무국의 조처, 일리 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말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책이 조금 더 빨리 도착하길 바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문체부의 권고와 조례의 취지에 동감하는 공공기관들은 지역 서점에서 책을 산다. 조례는 ‘상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현실에서는 ‘효율’을 논하는 꼴이다.

한편 각 구의회가 2018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지출한 책 구매 대금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3천만원에 이른다. 어찌보면 사소한 금액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말라가는 지역 서점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는 액수다. 코로나 유행은 한풀 꺾였지만, 서점가의 경영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승훈 영일서점 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음에도 서점의 주요 매출인 참고서 판매량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지역 서점의 책을 구매해준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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