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탄력적 근무시간제 등 유연근무가 활발해지면서 ‘주4일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88.3%가 주4일제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500명 이상 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임금 삭감 없이 기존의 주5일(40시간)에서 주4일(32시간)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의원은 “더 많은 노동시간과 더 나은 생산성 사이엔 아무 연결고리가 없다”고 말했다.
주4일제 관련 사례와 연구를 집약한 책 『주4일 노동이 답이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주5일제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주5일 40시간 노동을 도입했던 1926년, 미국종합철강회사의 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버트 H. 개리 판사는 성경에서도 6일을 일하고, 7일째에 쉬라고 했다며 주5일 노동은 비현실적·비논리적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주5일제가 당연해진 지금은 주6일제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책에서는 우리에게 ‘장시간 중노동’에 대한 일종의 집단적 중독 현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성과는 노동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인 반면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책에 따르면, 그리스나 멕시코처럼 가난한 나라들은 연간 노동시간은 많은데 생산성이 낮은 반면, 북유럽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연간 노동시간은 적은데 생산성은 높다. 그 비결이 뭘까? 비결은 어쩌면 적은 노동시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책은 임금 삭감 없는 근무시간 단축이 노사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한 예로,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자동차 정비센터인 도요타센터는 2003년부터 주4일제와 똑같은 30시간 근무를 도입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 고객 불만이 잦고, 정비사들의 실수도 많았던 도요타센터는 작업 6시간이 지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 하루 8시간이었던 정비사들의 근무시간을 오전/오후 각 6시간씩 2교대 형태로 바꿨다. 책에 따르면, 정비사들은 일주일에 10시간 더 적게 일하면서 오히려 생산성이 114% 증가했고 수익은 25% 증가했다. 만족도가 올라가 이직률이 낮아졌으며, 채용도 더 쉬워졌다.
주4일제를 바로 적용하기가 부담된다면, 압축근무로 시작해 볼 수도 있다. 근무 시간은 유지하되, 4일간 압축적으로 근무하고 하루를 더 쉬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유타 주에서는 노동자 25,000명 중 18,000명이 압축근무를 통해 주4일제를 실행했다. 약 900개의 공공기관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대신 금요일에는 문을 닫았다. 참가자들은 출퇴근 비용을 절약하고, 금요일마다 지역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근무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수만 줄이는 압축근무 제도가 평일의 피로를 가중시킨다는 반대 의견도 있지만, 유타 주에서는 82%의 노동자가 이 제도가 계속되기를 원했다.
일본에서는 매년 1만명의 노동자가 과로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과도한 노동시간은 질병뿐 아니라 오류와 사고의 위험을 높인다. 책에서는 주4일제가 노동자들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줄여 주기 때문에, 일부 업종에서는 생산량을 노동시간 단축 이전보다 늘려 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또한, 주4일제는 노동자들이 건강을 유지해 결근을 덜 하고, 더욱 일에 집중해 결과적으로 회사에 헌신할 수 있게 한다. 이뿐만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은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는 전제하에, 취업난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책은 “모든 사람이 지금의 정규직 평균보다 훨씬 짧게 일하면서도 제대로 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제는 무엇이 ‘정상’인가에 대한 개념을 바꾸고 파트타임을 새로운 풀타임으로 만들 때”라고 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주4일제를 실험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업종에 따라 “변화의 속도와 성격은 서로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주40시간 노동의 정당성을 의심해 보자는 데 있다. 현재 우리는 표준이라 여겨졌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뉴노멀’ 시대를 맞이했다. 주4일제는 아직 급진적으로 느껴지는 제도지만, 무조건 이를 비판하기에 앞서 매주 ‘월요병’을 겪는 우리는 과연 40시간 중 몇 시간을 제대로 일하고 있었는지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