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에게 듣다] 주식 멘토 김현구 “삶을 알아야 주식이 보인다”
[명사에게 듣다] 주식 멘토 김현구 “삶을 알아야 주식이 보인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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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안 하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운 시대다. ‘빚투’(빚내서 투자한다)라는 말까지 생겼을 만큼, ‘주식’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준다. 하지만 ‘나도 한 번 해 볼까’ 하는 마음가짐으로 주식시장에 무작정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퇴직금, 자녀 결혼자금, 전세금 등 피땀 서린 돈을 잃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사람들이 의지하는 건 ‘주식 멘토’다.

지난 10년간 TV, 유튜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멘토를 자처해 온 김현구 주식챔피언 대표가 최근 주식 초보들을 위한 책을 출간했다. 김 대표는 책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 주식은 알고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뼈저린 실패를 경험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때 신용불량자였던 그는 어떻게 대한민국 최고의 주식 전문가가 되었을까.

지난 4일, 독서신문 사옥에서 김현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Q. 대표적인 ‘개미군단’의 멘토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멘토 활동을 해 오고 있나.

“주식투자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야만 보상이 돌아오는데, 그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이 매우 고되고 힘들다. 그 방향을 누군가 설정해 주면 그런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방향 설정을 해 주려고 노력한다.”

Q. 최근 주식 초보들을 위한 책 『주식 멘토 김현구의 주식 잘 사고 잘 파는 법』을 출간했다. TV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책까지 내게 된 계기는.

“최근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많이 들어왔다. 정년퇴임하고 남은 돈으로 투자하는 50대 이상 입문자도 늘어났다. 그런데 이 분들은 기초 지식이 부족해 “삼성전자는 삼성증권에서만 살 수 있는 거냐”며 완전히 기본적인 것을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 어렵게 번 돈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데,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많아 안타까웠다. 그런 기초를 모르고 주식을 시작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숫자를 알아야 더하기, 빼기를 할 수 있는데, 숫자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아 방향을 가르쳐 주고자 책을 쓰게 됐다.”

Q. 과거 빚을 내서 주식을 하다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다시 주식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이었나.

“어려서부터 가난했기 때문에 돈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고졸 사원으로 첫 직장에 입사했는데, 타고난 배경 때문에 언젠가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직장만으로는 안 되겠구나’ 깨닫고 주식을 시작했다. 그러다 가족들한테 돈으로 인한 고통, 상처를 많이 줬다. 주식을 가르쳐 준다는 사람에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돈을 갖다 주면서 배웠다. 그런데 똑같았다. ‘안 되는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윗입술의 점을 가리키며) 이게 인복이다. 그때 지금 나의 스승이 된 사람을 만났다. 스승의 계좌를 봤는데, 100억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500만원에서 시작해 100억이 됐다. 그 사람이 걸어왔고 성공했던 스토리를 내 눈으로 보면서 나도 이 사람처럼 될 수 있겠다는 동기부여를 얻었다.”

[사진=최현식 PD]

Q. 책에서 주식을 도박이 아닌, 연구하고 분석하면 성공할 수 있는 ‘장사’에 비유한 것이 인상적이다.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돈을 잃으면서, 통상 주식을 ‘합법적인 도박’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연세가 많은 분들은 아직도 절대 주식하지 말라고 한다. 왜 그런 말을 할까. 정상적인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해서 불행해진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주식은 합법적인 도박이 아닌 노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마음을 가지냐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장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바빠지고 조금 더 노력하게 된다. 야채 장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농산물 시장에 간다. 주식에서도 마찬가지로 부지런해야 이윤을 낼 수 있다. 항상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서 싱싱한 종목, 인기가 있는 종목을 싼 가격에 가져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CEO 명함을 파라고 이야기한다. 사장의 마인드를 가지라는 거다. 내가 사장이라고 생각하면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진다.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시각이 생긴다.

종목마다 성격이 다르다. 다 판단하고 경험을 해봐야 패턴을 알 수 있다. 어떤 종목은 빨리 움직이고, 어떤 주식은 어떻게 움직이고… 이걸 제대로 파악하려면 십 년은 걸린다. 나는 그동안 3,000개의 종목을 거의 다 건드려 봤다.”

Q. ‘주식을 안 하는 게 나은 사람’도 있다고 보나.

“주식 강연회에 가서 그래프를 띄워 놓고, 이거 해석할 수 있는 분 계시느냐고 하면 아무도 손을 안 든다. 그런데 1억 이상 투자하는 분 손 들어 보시라고 하면 다 손을 든다. 그럼 나는 어차피 시장에 뺏길 돈이니 차라리 기부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래프 하나도 보지 못하고, 판단하지 못하면 운이 좋아서 수익이 나도 그걸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안 하면 본전인데, 노력할 각오가 안 되어 있는 사람들은 굳이 스트레스 받으면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연세가 있으신 분들 중 그냥 주변에서 돈을 벌었다니까 잘 모르면서 주식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나를 보면 아들 같은지 많이 우신다. 그런 분들은 뜯어말리고 싶다. 주식은 정말 공부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다. 자식도 키우고 고생하며 사셨는데, 이제 와서 주식으로 고통 받기보단 있는 것을 지키기만 해도 좋지 않을까. 직접 투자가 어렵다면 펀드 같은 간접 투자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잘 모르겠으면 뉴스에서 삼성전자가 떨어졌다고 할 때 사 놓고, 올라갔다고 나오면 팔면 된다. 장기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리스크가 없는 방법이다.”

Q. 주로 차트 분석 위주의 트레이딩 기술을 설파한다. 주식 매매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의 중요도를 퍼센트로 설명해 준다면.

“주식을 잘하려면 사람을 알고, 삶을 알아야 한다. 주식은 결국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를 읽어야 한다. 미국 사람들은 주식을 잘 팔지 않는다. 실적을 보고 주식을 사서 올라갈 때까지 그냥 둔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투자한다. 펀더멘탈이 약한 나라이기 때문에 인기 있는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격이 급해 이게 투자문화에도 반영된다. 덩치가 큰 종목들은 빨리 가지 않는데,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하늘이 무너져도 상한가가 나올 일이 없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종목을 선호하지 않는다. 우리 주식시장은 펀더멘탈을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트렌드를 따라, 유행을 따라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시장을 분석함에 있어 차트 위주의 기술적인 분석이 더 맞다고 판단했다. 중요도로 따지자면 차트가 7이고, 나머지 3은 대외적인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나중에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5 대 5 정도의 비율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매일 종목별 시세와 차트, 뉴스를 스크랩한다고 들었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돈에도 눈이 있다고 한다. 욕심에 가득 차 있는 사람에게는 욕심 많은 돈이 들어와서 오히려 가진 것을 빼앗아 가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돈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은 걸리더라도, 떨어지지 않는 돈이 들어온다.”

Q. ‘3품’(귀품, 손품, 발품)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정보를 찾고, 정리하는 ‘귀품’ ‘손품’과 달리, 직접 기업에 방문하는 ‘발품’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방문이 어려우면 전화를 하면 된다. 회사마다 주식 담당자가 있다. 주식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회사 장사는 잘 되냐, 공장은 잘 돌아가냐, 요즘 매출이나 실적은 어떠냐, 계속 물어봐야 한다. 처음부터 쉽게 얘기해 주지는 않지만, 자꾸 전화해서 괴롭히다 보면 담당자도 사람인지라 잘 얘기해 준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정보를 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작은 물건을 살 때도 가격 비교를 해 가며 찾아보고 사는데, 주식을 살 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거기서부터 미스다. 정보를 들었으면 검색을 통해 더 알아보고, 나아가 회사에 직접 방문해 보거나 전화를 걸어 봐야 한다.”

[사진=최현식 PD]

Q. “화나서 키보드를 던져도 주가는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투자하되, 실패에는 어느 정도 초연해야 한다는 건데, 손해 앞에서 어떻게 초연할 수 있나.

“전문가라면서 방송에 넥타이 매고 나오는 사람들도 매번 수익만 내지는 못한다. 주식시장에는 사이클이 있어서 사이클이 오지 않을 때는 손해를 보는 게 당연한 일이다. 일반인과 전문가의 차이는 손해가 났을 때 복구할 능력이 있냐, 없냐의 차이다. 예측이 틀렸다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만약 1억을 손해 봤다, 그러면 사람들은 죽고 싶다고 한다. 그럼 나는 “2억을 벌면 되지 왜 죽냐”고 이야기한다. 당장의 손해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는 얘기다. 1억을 손해 봤다면 2억을 벌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 시기의 차이일 뿐이지, 노력은 보상으로 돌아온다. 내가 줬기 때문에 가지고 올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왜, 타이슨도 권투하면서 한 대도 안 맞고 이기지는 못하지 않나. 맞으면서 이기는 것이다. 주식도 똑같다. 나도 주식을 하면서 고통의 시간을 겪었지만, 그 고통의 시간이 결국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Q.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 상황이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있었던 2008년과 유사하다고 했다. 그때와 같은 위기가 닥칠 거라고 예상하는 건가.

“경제 위기라기보다는 유동성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위기를 커버하기 위해 시장에 돈을 풀어 주가만 올라갔다. 그로 인한 후유증이 돌아올 것이다. 거기에 대응하려면 주식시장의 부자인 외국인을 따라가야 한다. 외국인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우리 주식을 계속 팔았고, 지금도 팔고 있다. 올라간 가격이 적정하지 않다는 거다. 그러니 우리는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는 시그널을 기다려서 따라가면 된다. 재무 박사 논문을 쓰려고 100대 기업을 외국인이 샀을 때 올라갈 확률과 기관에서 샀을 때 올라갈 확률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외국인이 샀을 때 올라갈 확률이 더 높았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외국인들이 산 종목들을 보면, 지금 다 올라갔다.”

Q. 요즘은 어릴 때부터 주식 교육을 시키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이런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30~40년 후에는 모든 게 자동화되면서 지금의 경비, 주차 관리 같은 일자리도 다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퇴직 후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주식이다. 그때 가서 공부를 시작하면 늦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요즘 학비를 가지고 비트코인을 하다가 자퇴하거나, 직장을 안 가고 24시간 비트코인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있다. 잠깐 돈을 벌 수는 있어도 끝없는 욕망이 사람을 망친다. 언젠가는 떨어지게 돼 있는데, 고통을 자기가 다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걸 잘 교육해야 하는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향후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술을 배울 때도 어른에게 배우라고 했다. 주식도 좋은 선생님, 멘토에게 배워서 정확한 방향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무작정 ‘주식해라’라고 맹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기본 원리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줘야 한다. 가정에서 오늘 헤드라인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면서 뉴스 보는 법부터 가르쳐야 한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주식하는 모습이 아닌 공부하는 모습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Q. 앞으로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있다면.

“내 이름은 ‘어질 현’에 ‘구할 구’를 쓴다. 사람들을 현명하게 구해 주라는 사명을 타고난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는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방향을 잡고 나아감에 있어, 지름길은 되지 못하더라도 아름다운 길, ‘꽃길’을 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알게끔, 보이게끔, 느끼게끔 만들어 주는 멘토의 역할을 계속 해 나가고 싶다.”

Q. 주식으로 수익을 어디까지 내 보고 싶다든가 하는 목표는 없나.

“15년 전에 사업을 할 때 50억까지 벌어 봤다. 그래서 이제는 욕심이 없다. 지금도 내가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사고 싶은 것 마음대로 살 수 있는데 여기서 더 욕심을 부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만약 돈이 많이 생긴다면 기부를 할 것 같다. 지금도 하고 있다. 유료 멘토링 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큰 손실이 나면 회비를 받지 않기도 한다. 1년 정도 안 받은 적도 있다. 돈을 만지는 사람은 그러지 않으면 돈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며 산다.

돈은 숫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부의 축적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 사람이 눈을 감을 때, 설령 돈을 못 벌었대도 스스로 노력을 했고 뿌듯한 삶을 살았다면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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