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버스가 세계화의 시초?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
콜롬버스가 세계화의 시초?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5.1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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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는 중세 유럽의 탐험가들이 아시아로 진출하고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는 대략 15세기 말, 바스코 다 가마가 아프리카 최남단을 돌아 인도 항로를 개척하고,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다. 그 전까지는 주변 나라끼리만 교역을 하고 지냈을 뿐, 각 문명은 고립돼 있었다는 것. 그래서 세계 각국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현상을 말하는 ‘세계화’는 이들 탐험가로부터 시작됐다는 게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발레리 한센 美 예일 대 역사학 교수는 책 『1000년』에서 최초의 세계화는 천 년 전부터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1000년의 세계화를 이끈 주역에는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국, 중동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북유럽의 바이킹도 포함되었다”며 “이 탐험가들 모두 자신들이 갖고 있던 물건과 난생 처음 보는 현지인들의 물품을 맞바꾸는 물물교환을 하면서 육로와 해로를 개척했고, 이로써 진정한 세계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천 년 전부터 세계화가 발생했다는 논거로 가장 먼저 바이킹의 사례를 언급한다. 책에 따르면 덴마크와 스웨덴, 그리고 노르웨이 일대의 해적이었던 바이킹은 콜롬버스보다 약 500년 먼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일례로 북대서양 한 복판의 동토(凍土) 그린란드에 정착해 있던 바이킹의 레이프 에이릭손과 그의 부하들은 캐나다 북동부 배핀섬과 마르릴란드, 빈란드를 차례로 찾았는데, 이 바이킹들은 이곳에서 현지인들과 약간의 대화, 물물교환, 육탄전을 벌였다. 뛰어난 항해술을 가졌던 이들이 대서양을 건너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비록 아메리카 현지인들의 강한 저항 탓에 그곳에 정착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 사건은 기록으로 남아 후대에게 전해졌다. 또한 기록은 1200년부터 1300년대까지 몇몇 라틴어 사본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아메리카 대륙의 교역이 그들(콜롬버스와 그의 후배 탐험가들)의 탐험과 더불어 시작된 것이 아니”라며 “궁극적으로는 노르드인들의 탐험이 중요했다. 이미 존재했던 대서양 양쪽의 교역망이 그 탐험으로 연결되어 세계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첨언한다.

한편, 당시 중국은 당시 지구에서 가장 세계화된 지역이었다. 송나라(960~1279)의 국제무역항인 광저우와 취안저우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상인들이 온갖 상품을 거래했다. 콜롬버스가 대서양을 가로지를 때 이동한 거리가 약 7000km였다면, 광저우에서 페르시아만의 바스라 항구까지 이어지는 해로는 그 길이가 약 1만 2700km로, 거의 두 배에 달했다.

또 송나라 바로 옆에 있던 요나라의 공주 무덤에서는 온갖 화려한 물건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모두 시리아, 이집트, 이란 등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심지어 이 무덤에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근처 발트해에서 온 호박(琥珀)도 발견됐다. 유럽 탐험가들과 상인들이 배를 타고 아시아에서 교역하기 전부터 세계는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강조된다.

결국, 저자는 “콜럼버스와 다 가마의 항해가, 그리고 그 뒤에 유럽인들의 정착이 없었더라도 교역의 범위는 더 넓어졌을 것이다. 한 지역에서 더 많은 물건이 만들어지면 다른 곳에는 그것을 찾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것을 상인들은 알아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기존의 아프로-유라시아 교역로와 아메리카 대륙의 교역로가 다시 연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고 전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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