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에게 듣다] 김겨울 “책 읽는 일도 ‘힙’할 수 있다”
[명사에게 듣다] 김겨울 “책 읽는 일도 ‘힙’할 수 있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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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을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유명 북튜브 채널 ‘겨울서점’의 운영자이자 작가, 뮤지션, 라디오 DJ로도 활동 중이다. 때때로 춤도 추고 피아노도 친다. 대학에서는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세계의 넓음을 기뻐하는 사람’. 직업과 장르의 경계를 가볍게 넘어 다니며 끝없이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가는 김겨울을 보고 있자면, 도대체 어떻게 중심을 잡으며 살아가는지 묻고 싶어진다.

게다가 김겨울은 그 모든 것에 ‘진심’이다. 그의 말과 글이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는 이유다. 신간 『아무튼, 피아노』에서 그는 사랑하지 않고서는 온몸으로 참여할 수 없다고, 혹은 온몸으로 참여하면 더 사랑하게 된다고 말한다. 무언가에 빠지면 “구석구석 사랑하고 티끌까지 고심하느라 최선을 다해 살아 있게 된다”는 그. 성실하고 꾸준한 사랑으로 ‘돌이킬 수 없는 세계’를 구축한 김겨울의 오늘을 꼭 만나 보고 싶었다.

지난 14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그를 만났다.

[사진=김겨울]
[사진=김겨울]

Q. 2014년에 독서신문과 뮤지션으로서 인터뷰를 했다.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다. 독자들에게 간단한 인사 말씀 부탁드린다.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고, 몇 권의 책을 쓴 작가이자 라디오 DJ도 하고 있는 김겨울입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서… 2014년에 인터뷰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오랜만에 다른 직업으로 인사드리게 돼 감회가 새롭고, 신기하기도 하다.”

Q. 요새 제일 바쁜 ‘N잡러’다.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랄 것 같은데, 일과를 어떤 식으로 꾸려 가나.

“요새는 너무 바빠 루틴이랄 게 없이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있다. 보통 오전에 일어나자마자 메일 답장을 쭉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 이후의 일과는 라디오가 있는 날, 강연이 있는 날, 촬영이 있는 날 등 그때그때 스케줄에 따라 다르다. 유튜브 영상이 일주일에 한 번 올라가다 보니 유튜브 업로드를 기준으로 해서 나머지 일들이 배치되는 편이다.”

[사진=김겨울]
[사진=김겨울]

Q. ‘겨울서점’은 북튜브의 대명사가 됐다. ‘출판계의 오프라 윈프리’라는 별명도 있던데, 사랑하는 책의 세계를 대표하는 기분이 어떤가.

“기분은 좋으면서도 이상하다.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늘어난 건 좋지만, 나보다 훨씬 오래 많이 읽은 애서가, 장서가 등 재야의 고수들이 많아 스피커가 된다는 게 쑥스러운 면이 있다. 그럼에도 보람찬 순간들이 많아 기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내가 지금 30대 초반이고 겨울서점 구독자들은 주로 2030 여성들이 많은데 책과 멀어졌다가 ‘겨울서점’을 보면서 다시 책을 읽게 됐다든지, 평생 책에 관심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책을 읽게 됐다든지… 심지어는 10대, 청소년 구독자들이 겨울서점을 보면서 책 읽는 사람을 멋지다고 생각해 주고, 로망을 갖게 되고 그런 일들이 보람 있다.

내가 학창 시절 때만 해도 책을 읽는 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었고 시기마다 유행하는 책이 있었다. 지금 중고등학생들은 책을 읽으면 쿨하지 못한 것 같은, ‘선비’, “쟤는 혼자 진지해” 이런 이미지가 있다고 들었다. 그들에게 책 읽는 일도 ‘힙’할 수 있고 멋있을 수 있다는, 책이 꼭 지루한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어 보람차다. 부담도 있기는 하다. 채널이 커질수록 발언권이 커지니 나도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고려하게 되는 것이 많다. 계속해서 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 물론 ‘겨울서점’의 콘텐츠들이 100% 양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기대치만큼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 또 한 개인으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렇지만 다 감사한 관심이다.”

Q. 부담이 클 것 같은데 대단하다. (인기가) 거의 연예인급인데.

“버스 타도 아무도 모른다. 버스, 지하철 얼마나 잘 타고 다니는데. (웃음)”

Q. 김겨울의 언어는 책에 대한 열렬한 애정이 배어나면서도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해 설득력이 높다. 책과의 거리를 어떻게 조절하나.

“내 좋아함의 정도를 보는 사람들이 다 안다. 다 티가 나기 때문에 좋아하는 책 위주로 다룬다. 책과의 거리를 유지한다기보다는 보는 사람의 관점을 항상 생각한다. 추천이라는 게 요상한 일이어서 같은 책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고, 같은 말을 해도 누구는 이 말만 듣고 누구는 저 말만 듣는다. 그러다 보니 최소한의 장치를 둔다. ‘저는 이런 측면이 좋았는데 여러분에겐 아닐 수도 있고, 이런 측면은 힘든 분이 계실 수도 있다’고. 미리 말씀을 드려 놔야 ‘이런 게 있구나’ 알고 그 책에 진입할 수 있으니까. 그걸 알고 들어가는 거랑 모르고 들어가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책과의 거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을 일부러 떨어뜨려 놓기는 힘들다. 그래서 그냥 ‘나는 이게 엄청 좋은데, 여러분은 아닐 수도 있다’ 정도로, 주의사항을 주는 것이다. 독서 경험이 같을 수 없으니까.”

[사진=김겨울]

Q.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다는데,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 후회한 적은 없었나.

“없었다. 힘든 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일을 왜 했지’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책을 주제로 지금의 커리어를 만들었다는 게 기적적으로 느껴진다. 누가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걸로 커리어를 만들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운이 따라 주지 않으면 어려운 일인데 다행히 잘 풀린 케이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애초에 취업 생각이 없었기도 하거니와, 어떤 일을 하든 힘든 부분은 있게 마련이니까. 일이니까 일로써 힘든 부분이 있는 거고 그건 내가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Q. 번아웃을 여러 번 겪었다고 밝혔다. 가끔 휴방(방송 중단)을 하기도 하던데, 휴일 없는 프리랜서의 삶 속에서 순간순간 균형을 잡기 위해 하는 노력들이 있다면.

“반복적인 일과를 두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처음 하는 일이 보통 물 끓이는 일이다. 여름이 되면 냉침해 놓은 차를 마시고. 그 차를 우리는 시간이 딱 7분이다. 차 티백을 놔두고 7분 동안 가만히 서 있는다. 기대서, 멍 때리면서. 이런 시간을 확보해 놓는 것이다. 되게 사소할 수 있는데, 차 우려내는 시간, 자기 전에 잠깐 책을 읽는다든지 글을 쓴다든지 하는 아주 짧은 시간… 그런 요소들을 (일상에) 넣어두려고 한다. 그리고 에너지를 절약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예를 들어 음식 메뉴를 고민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내려야 하는 선택들이 있지 않나. 너무 많은 고민을 안 하려고 한다. 물건을 사야 된다면 대충 찾아보고 한 두 번째 있는 걸로 그냥 산다. 옷도 옷장 보고 아무거나, 눈에 보이는 걸로 대충 입고. 매일 해야 하는 선택들에서 에너지를 비축하고, 그 에너지를 일하는 데 써야 된다는 걸 경험적으로 깨달아서 최대한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Q. 2018년 첫 책을 쓴 이후 지금까지 공저로 참여한 책을 포함해 총 14권의 책을 집필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책과 그 이유는.

“그렇게 많이 썼나. (웃음) 두 권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독서의 기쁨』과 『아무튼 피아노』. 지금까지는 그 두 권이 제일 인상적이다. 『독서의 기쁨』은 첫 책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저자였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썼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도 모르고 썼던 기억이 있다. 처음 내 책을 손에 받았을 때의 그 느낌을 잊기가 힘들더라. 이번에 낸 『아무튼 피아노』는 내 단독저서 중에 처음으로 ‘책’과 관련이 없는 책, 다른 것을 주제로 한 책이라서 다른 저작들을 쓸 때랑은 다른 기분이었다. 정말 내가 작가로서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느낌도 있었고. 다른 주제로, 그것도 사랑하는 피아노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게 재밌으면서 힘들기도 했다.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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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간 『아무튼, 피아노』는 2019년에 계약, 올해 출간이 됐다. 꽤 오랜 시간 집필한 책인데, 책이 나온 이후의 소감은.

“주변에서도, 구독자 분들도 같이 쓴 느낌이라면서 반가워해 줬다. 구매 속도도 생각보다 빨라서,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기다려 줬다는 걸 실감한다. 이제 막 책을 다 읽었다는 리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보면서 재밌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이 책에서 가져가는 게 다르겠구나 싶어서.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마음을 절절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사랑보다는 상실의 측면, 삶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슬픔을 더욱 인상 깊게 가져가는 분들도 있다. 그런 리뷰들을 보면서 ‘아, 정말로 책이 독자들의 손으로, 독자들의 몫으로 갔구나’… 그리고 표지가 예쁘게 나와서, 나도 그렇지만 다들 마음에 들어 해 뿌듯하다.”

Q. 취미도 관심사도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지금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있지만… 내 곡을 쓰고 노래하는 일을 한동안 하다가 이제는 클래식 피아노를 연습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피아노 연주곡을 만들거나 그걸로 음악 작업을 해 보고 싶다. 이번에 연주를 겸하는 북토크를 여러 차례 하게 될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다.”

Q. 만약 ‘제2의 김겨울’을 꿈꾸는 어린이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해 주고 싶나.

“일단은 ‘제2의 김겨울’보다 멋진 롤모델이 있었으면 좋겠다. 더 큰 꿈을 꿨으면 좋겠다. (웃음)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도전이 두려워지고, 생각할 것도 많아진다. 어릴 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그런 것들을 완전히 결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해 보고, 아닌 것 같으면 바꿔 보고, 다른 거 해 보고. 그게 어린이 청소년 시절에 주어지는 시간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수도 있겠다. 참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좋아하는 걸 찾는 여정을 마음 한편에 계속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Q. 최근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우리가 날씨다』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것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지금 우리는 이상한 날씨 속에 살고 있지만, 개선을 위한 어떤 움직임에는 반대되는 관성을 갖고 있다. ‘살던 대로 살면 안 되나?’, ‘굳이 나 하나까지 뭘 해야 되나?’라는. 나는 몇 년 전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계속 받는다. ‘어떻게 이렇게 관심이 없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이제 코로나19도 겪었고, 기후위기도 몸으로 체감이 되고, 벌들도 다 없어지고… (기후·환경 문제가) 점점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지 않나. 이게 굉장히 시급한 문제라는 걸 조금 더 알아 줬으면 좋겠다. 단순히 날씨가 변하고, 자연을 파괴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재난이 될 거라는 사실을 다들 명확하게 인지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으로 책을 골랐다. 한 권을 더 읽을 수 있다면 곽재식 작가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를 함께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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