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회는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회다. 필요하다면 사람을 갈아 넣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회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사람의 영혼은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난해진 우리는 더더욱 가성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 <60쪽>
아마존의 초대 CEO 제프 베이조스는 한 인터뷰에서 “워라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라밸은 일과 삶 가운데 하나를 택해 하나가 플러스(+)가 되면 다른 하나는 마이너스(-)가 되는 관계이며 그보다는 ‘워라하(work-life harmony)’, 다시 말해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면서. 그럴듯한 이야기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이 베이조스란 사실을 제외하면….
2021년 3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어 물병으로 소변을 처리한다는 뉴스가 다시 한 번 화제에 올랐다. 베이조스의 자산은 200조원이 넘는다. 베이조스 한 사람의 재산으로 전 세계의 기아를 20년 가까이 막을 수 있다. (…)
베이조스의 말대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워라밸이 아닌지도 모른다. 물론 워라하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나은 삶’이다. 일은 그다음이다. <106~107쪽>
‘사회적 거리두기’란 단어가 재밌는 이유는, 드러내는 동시에 감추기 때문이다. 먼저 이 말은 지금까지 우리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지나치게) 가까웠는지를 보여 주며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진다. 수많은 회사원이 꼭 같은 시간에 같은 ‘지옥철’을 타고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지, 좁은 회의실에서 얼굴을 맞대며 회의하고 술잔을 돌리면서 회식해야 하는지 같은 비교적 지엽적인 문제부터 인구의 대부분이 좁은 도시에서 바글바글 밀집해 살 필요가 있는지, 자연을 파괴하는 경제활동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지 같은 커다란 당면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온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122쪽>
줄이지 않은 온전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엔 이상할 게 없다. 오래전부터 가수‧배우‧작가‧감독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작품을 홍보하려고 나온 자리에서 으레 하던 말이다. 먹고 살려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특정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주로 쓰던 말이 점점 더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리며 축약된 배경에는, 관심이 곧 돈이 되는 ‘주목(관심) 경제 사회’가 있다. 아니, 어쩌면 관심 자체가 새로운 화폐나 다름없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135쪽>
[정리=김혜경 기자]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펴냄 | 208쪽 | 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