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유행어와 신조어에서 한국 사회를 읽다
[책 속 명문장] 유행어와 신조어에서 한국 사회를 읽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4.26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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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회는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회다. 필요하다면 사람을 갈아 넣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회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사람의 영혼은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난해진 우리는 더더욱 가성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 <60쪽>

아마존의 초대 CEO 제프 베이조스는 한 인터뷰에서 “워라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라밸은 일과 삶 가운데 하나를 택해 하나가 플러스(+)가 되면 다른 하나는 마이너스(-)가 되는 관계이며 그보다는 ‘워라하(work-life harmony)’, 다시 말해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면서. 그럴듯한 이야기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이 베이조스란 사실을 제외하면….
2021년 3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어 물병으로 소변을 처리한다는 뉴스가 다시 한 번 화제에 올랐다. 베이조스의 자산은 200조원이 넘는다. 베이조스 한 사람의 재산으로 전 세계의 기아를 20년 가까이 막을 수 있다. (…)
베이조스의 말대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워라밸이 아닌지도 모른다. 물론 워라하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나은 삶’이다. 일은 그다음이다. <106~107쪽>

‘사회적 거리두기’란 단어가 재밌는 이유는, 드러내는 동시에 감추기 때문이다. 먼저 이 말은 지금까지 우리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지나치게) 가까웠는지를 보여 주며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진다. 수많은 회사원이 꼭 같은 시간에 같은 ‘지옥철’을 타고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지, 좁은 회의실에서 얼굴을 맞대며 회의하고 술잔을 돌리면서 회식해야 하는지 같은 비교적 지엽적인 문제부터 인구의 대부분이 좁은 도시에서 바글바글 밀집해 살 필요가 있는지, 자연을 파괴하는 경제활동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지 같은 커다란 당면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온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122쪽>

줄이지 않은 온전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엔 이상할 게 없다. 오래전부터 가수‧배우‧작가‧감독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작품을 홍보하려고 나온 자리에서 으레 하던 말이다. 먹고 살려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특정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주로 쓰던 말이 점점 더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리며 축약된 배경에는, 관심이 곧 돈이 되는 ‘주목(관심) 경제 사회’가 있다. 아니, 어쩌면 관심 자체가 새로운 화폐나 다름없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135쪽>

[정리=김혜경 기자]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펴냄 | 208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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