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당신, ‘땡’ 오답입니다
책은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당신, ‘땡’ 오답입니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4.2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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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로의 전환과 전자책의 보급은 종이책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전자책과 종이책은 서로 다른 매력으로 공존의 길을 걷고 있으며, 종이책은 태생적 한계를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과의 연결로 극복하며 진화하는 중이다.

종이책의 똑똑한 변신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QR 코드다. 몇 년 전만 해도 종이책에 QR 코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고, 있더라도 시청각 자료가 딸린 교육용 도서나 동화구연 음성을 제공하는 어린이 책이 대부분이었다. 모바일 기기로 QR 코드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앱을 설치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새 스마트폰 기본 카메라만으로도 QR 코드를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바야흐로 책 속 QR 코드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난달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책 커버에 인쇄된 두 개의 QR 코드는 각각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음원과 이수지 작가가 작업 과정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된다. 독자가 책과 관련된 음악이나 영상을 따로 찾아보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바로 재생해 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별한 지도를 담은 QR 코드도 있다. 지난달 출간된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는 홍콩 영화를 빛낸 장소들을 탐방한 여행 에세이이자, 영화 팬들을 위한 홍콩여행 가이드북이다. QR 코드에 영화 촬영지가 표시된 ‘MTR(홍콩 지하철) 영화 지도’와 ‘구글 지도’를 담았다. 책을 매개로 영화를 본 경험이 읽는 경험으로, 읽는 경험은 다시 걷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책에 ‘참여형’ 콘텐츠를 삽입하기도 한다. 2020년 『나는 통일을 땡땡합니다』를 펴낸 힐데와소피 출판사는 책 말미에 설문조사 QR 코드를 수록해 독자들끼리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설문조사처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것도 QR 코드의 장점이다.

양이 많거나 웹 링크가 포함된 주석 및 참고자료를 QR 코드로 처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복잡한 웹 링크를 종이책에 인쇄하는 것보다 접근성이 높고, 독자들의 관심도가 낮은 주석이나 참고자료 페이지를 인쇄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QR 코드는 책의 홍보에도 활용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출간 기념 사은품인 책갈피에는 QR 코드가 인쇄돼 있다. QR 코드를 찍으면 책에 소개된 음악이 담긴 플레이리스트로 연결된다. 책을 펴낸 문학동네 관계자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사은품 제작 단가에 한계가 생겼고, 환경적인 문제도 있어 (다른) 실물 사은품보다는 콘텐츠를 제공하게 되었다”며 QR 코드를 이용해 책을 홍보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좋은 책을 소개하거나 어려운 책을 쉽게 읽도록 도와주는 ‘북튜브’도 인기다. 작가의 브이로그가 자연스럽게 책의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북튜브 채널 ‘겨울서점’의 운영자 김겨울 작가는 얼마 전 나온 신간 『아무튼, 피아노』를 집필하는 모습을 브이로그로 올리고, 독자들이 책을 받아보기 전 책의 실물을 공개하는 ‘언박싱’ 영상으로 책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줄 알았던 종이책은 오히려 유연한 변화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장점을 모두 갖춘 매체가 되어가고 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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